[한경에세이] 改名하는 이유
대법원에 따르면 매년 개명을 신청하는 사람이 15만~17만 명에 이르고, 이 중 90% 정도가 법원의 허가를 받는다고 한다. 이름 때문에 놀림감이 된다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거나, 사업이 잘 풀리지 않는다거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각기 다른 이유에도 개명 신청자가 이름을 바꿔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이처럼 이름은 인간이 가진 상징체계를 대표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 이름은 임직원의 공유가치와 지향점을 상징한다. 필자가 창업한 이스타항공의 이스타(EASTAR)는 이스트(east)와 스타(star)의 합성어로 동북아시아 최고 항공사가 되겠다는 2007년 설립 당시 포부를 담았다.

다음달 1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창립 40년 만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기관명을 바꾼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가 된 것처럼, 중소기업진흥공단도 ‘벤처’를 반영했다. 정부의 국정 경제 기조인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 사람 중심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되기 위해 이름부터 체질까지 바꿔 혁신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벤처기업 활성화 정책과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200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버블 우려에도 벤처기업은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의 주역을 담당했다. 중기부와 벤처기업협회가 조사한 ‘2018년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3만5000여 개 벤처기업의 총매출은 225조2000억원이다. 직원은 76만2000명으로 5대 그룹 직원 75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말 기준 ‘벤처 1000억원 기업’(1회 이상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 중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도 572개에 달한다. 이처럼 벤처기업은 국민경제의 핵심 주체이자 일자리의 보고(寶庫)다.

중진공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벤처기업 원스톱 지원과 함께 중소기업의 스마트화와 스케일업을 강력하게 추진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임직원도 기존 관행과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실패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벤처정신으로 중소벤처기업 현장을 보살피게 할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보호무역,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렵다. 자동차 조선 등 전통 산업의 구조적 위기도 지속되고 있다. 필자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중소기업에 희망을, 벤처기업에 날개를,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꿈을’ 줄 수 있도록 영혼까지 팔 각오로 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