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탓 야외활동도 줄어드는 추세
내수경기 영향 외 노인건강에도 큰 문제
실내운동 활성화 등 국가적 대책 세워야

방문석 < 서울대 의대 교수·재활의학 >
[전문가 포럼] 미세먼지로 인한 운동량 감소도 문제다

지난 주말 날씨는 쌀쌀했지만 전날 비바람의 영향으로 모처럼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미세먼지 부담 없이 집 주변을 거닐며 산책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세먼지 탓인지 계절 변화에 대한 감흥은 예전 같지 않다. 봄맞이 나들이객으로 꽉 막히던 도로 사정도 많이 달라진 듯하다.

미세먼지 탓에 산행 등 야외활동이 위축되다 보니 사람들의 모임도 뜸해졌다고 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경기 탓도 있지만 아웃도어 활동 뒤 자연스레 음식점을 찾는 이들이 줄어든 게 최근 요식업 불황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세먼지가 사람들의 행동반경과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젊어서 산악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노년에도 꾸준히 서울 근교 산행으로 건강을 관리하던 70대 중반의 선배 한 분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당뇨와 퇴행성 관절염이 있긴 하지만 약물치료와 운동으로 잘 조절해 만족스러운 삶을 즐기던 분인데,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두려워 산행을 못하니 건강관리의 한 축이 무너지는 느낌이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산행만큼의 운동량을 실내운동으로 대체하라고 권유했는데 실내체육관의 공기가 깨끗할지 걱정이고, 체육관에서 하는 운동은 재미가 없어 계속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운동량만으로 보면 실내운동으로도 충분하지만 그것이 야외활동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 운동량뿐만 아니라 미리 경로를 계획하고, 날씨를 확인하고, 올바른 복장과 장비를 착용하는 준비 과정도 신체 운동량 못지않은 두뇌 활동과 긴장도를 유지시키는 역할이 있다. 목표를 달성하는 성취감, 자연을 즐기는 심리적인 만족감 역시 야외 활동에 수반한다. 산행 후 마음에 맞는 지인들과 등산로 부근 맛집에서 음식을 들며 담소를 나누는 것도 큰 즐거움을 주는 과정의 하나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 호흡기, 심혈관계, 암 발생 위험 증가를 많이 언급해왔다. 일반 국민도 이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직접적인 위해 못지않게 미세먼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야외활동 및 전반적인 운동량 감소와 이에 따른 장기적 영향 역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야외활동 감소, 특히 노인들의 걷기 운동량 감소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노인들의 운동량 감소에 따른 건강상 영향에 관한 의학적 연구는 그동안 많이 진행돼왔다. 운동량 감소는 노쇠를 촉진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고 골다공증, 대퇴골 골절 등도 늘어나게 해 의료비용 증가로 인한 사회경제적 여파도 키운다. 골프가 대중 스포츠인 미국에는 골프를 통해 노인들의 걷기 운동량을 증가시키면 골다공증 예방 효과가 나고 대퇴골 골절 발생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다. 거꾸로 우리는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활동이 감소하고, 제한적 움직임만 있는 실내 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미세먼지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야외활동을 제한하기만 할 건 아닌 것 같다. 야외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신체 운동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활동 부족이 문제가 되는 노인과 성장기 어린이, 특히 장애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실내운동 환경 기준은 어때야 하는지, 야외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실내 운동은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관해 연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그리 크지 않은 선진국에는 참고할 만한 연구 사례가 부족하다. 준비도 안 된 지방자치단체에서 섣부르게 대책을 세우기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문가를 동원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같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부처가 주체가 돼 신뢰할 만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이 세금을 내고,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가가 이런 일을 해달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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