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천자 칼럼] 기업가의 촌철살인 어록

말은 정신의 표상이다.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의 실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말에는 영묘한 힘이 있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말은 울림이 크다. 맨땅에서 기업을 일군 창업 경영자들의 어록은 더욱 그렇다. 그 속에 도전과 혁신, 창조의 열정이 오롯하게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기업가의 어록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이봐, 해봤어?”다. 폐허의 불모지에서 자동차와 건설,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을 일으킨 그는 “그게 되겠어?”라는 의구심들을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불식시키며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 데 앞장섰다.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인 이병철 삼성 창업자는 “국가가 살아야 기업도 산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일념으로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 정신을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선언’으로 뼈 깎는 혁신을 거듭하며 삼성을 국가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으뜸 기업으로 키웠다.

최종현 SK 창업주는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면서 “우리는 미래를 샀다”고 말했다. 멀리 앞을 내다보는 혜안의 경영철학에서 나온 어록이다. 직원들을 한 식구처럼 여긴 구인회 LG 창업주는 “한 번 믿으면 모두 맡기라”는 인화(人和)경영, 박두병 두산 회장은 “부끄러운 성공보다 좋은 실패를 택하겠다”는 정도(正道)경영을 실천했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는 교보문고를 설립할 때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런 문화 중심의 기업 이념은 윤석금 웅진 창업자의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오래 가는 것이 결국 빨리 가는 것이다” 등의 ‘소프트파워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 창업자들의 성공 비결도 어록에 잘 녹아 있다. 대장간집 아들로 태어나 혼다그룹을 일군 혼다 소이치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두려워하라”고 조언했다. 페덱스를 창업한 프레드 스미스는 “필요를 포착해서 내 아이디어로 만들어라. 철저히 집요하게!”라고 역설했다.

그저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창업자가 뉴욕에서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도 눈길을 끈다. 1년 넘게 해외 출장 중인 그는 이메일에서 “위기는 미소 띤 얼굴로 찾아온다”며 “이럴 때일수록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기회 또한 위기의 모습으로 올 때가 많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렇듯 성공한 기업가들의 말과 메시지에는 짧으면서도 강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이들의 어록은 글로벌 무대를 향해 꿈을 펼치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빛나는 미래 지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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