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남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취업준비생을 돕는다는 취지로 2016년 시작한 청년수당 제도가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 14개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한경 3월 26일자 A1, 3 면). 도입 초기부터 청년 용돈을 보태주는 ‘퍼주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올해만 38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에 반대하던 고용노동부가 180도 입장을 바꾸면서 ‘푼돈 퍼주기’에 봇물이 터진 형국이다. 고용노동부는 25일부터 청년 8만 명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소요 예산만 1582억원이다. 정부는 2016년 서울시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청년수당을 지급하자 시정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년수당 지급에 앞장서면서 전라남도 경상남도 대구시 등 지자체들도 앞다퉈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대상 선정이 주먹구구인 데다 사용처 점검도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의 청년수당은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기간이 길수록 받을 가능성이 높게 설계됐다. 청년수당이 유흥 도박 등에는 쓸 수 없다고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물품· 서비스 구매는 제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식의 퍼주기 푼돈이 아니다. 그들에게 절실한 것은 미래와 희망이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일자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제(官製) 일자리와 ‘보여주기식’ 초단기 알바자리를 만드는 데 급급해 있다.

정부가 어제 밝힌 ‘예산 편성 및 기금 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500조원을 넘어갈 게 확실시된다. 경기대응과 소득재분배, 혁신성장을 위해 막대한 ‘돈풀기’를 하겠다는 얘기다. 세수 전망이 어두워지는 마당에 재정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와중에 ‘청년 용돈’으로 수천억원을 뿌리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안정적 일자리를 만드는 지름길은 각종 산업·노동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투자로 일자리가 늘면 경기도 살아난다. 정공법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곳으로 돈이 새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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