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이 유통시장 판도와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놓고 있다는 한경 보도(3월 25일자 A1, 3면)다. 새벽배송은 고객이 전날 밤 주문한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장보기 시간을 아껴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 운동에 활용하려는 30~40대가 늘면서 틈새시장에 불과하던 새벽배송이 ‘유통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뿐 아니라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뛰어들면서 작년 4000억원 안팎이던 시장 규모가 올해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대한민국의 아침을 바꾸고 있는 새벽배송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글로벌 유통혁명을 주도하는 미국 아마존도 성공하지 못한 신선식품 배송 혁신을 한국 기업들이 정착시켜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것도 ‘마켓컬리’라는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4년 전 시작해 서비스 조기 안착을 주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쿠팡, 이마트, 롯데마트 등 유통강자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온-오프라인과 국내외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는 무한경쟁시대에는 절대 강자가 없고, 스타트업도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언제든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신산업 혁명’을 주도할 스타트업 혁신이 다른 분야에선 출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겹겹이 쌓인 규제와 기득권자들이 쌓아놓은 장벽 탓에 ‘혁신의 싹’이 시들어가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핵심인 원격의료는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도 허용하는데 국내에선 여전히 불법이다. 카풀서비스 등 공유경제도 택시업계 등의 반발로 제대로 된 사업 추진이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2, 제3의 마켓컬리’ 등장도, 산업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제2의 벤처붐 조성’을 외치고 있는 정부·여당은 무엇이 진정으로 필요한 조치인지, 스타트업 애로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