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허리' 30~40대 일자리 급감
노년층 '공공 알바'만 반짝
혈세 투입이 빚은 고용시장 왜곡에
사회보험 위기도 우려

노동시장 유연화로 투자 살려
민간 경제 활성화에 올인해야"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
[시론] 건전재정의 틀 무너뜨리는 '소주성'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의 취업자 수는 전년에 비해 26만 명 증가했다. 그런데 30~40대의 일자리는 무려 24만 명 줄어들었다. 취업자 수가 거의 정부 지원을 받는 60세 이상 노인 계층에서 증가했는데도 정부는 전체 취업자 수가 늘었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주요 경제기구들이 비관적인 경기전망을 내놓는 상황에서 최악의 청년실업 사태와 사회적 핵심 근로자층인 30~40대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만 봐도 우리 경제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는 2월의 고용상황에 대한 긍정적 입장과는 다르게 10조원 내외의 돈 풀기 추경을 통해 단기적으로나마 경기를 살려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19년도 회기를 시작하자마자 3월부터 추경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의 ‘예산 실패(budget failure)’를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담당자는 9조원 수준의 추경과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9.5%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작년 초과세수가 25조원임에도 불구하고 적자재정을 꾸렸다. 납세자들은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고, 정부는 얼마나 더 써야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정부는 매년 세수초과가 계속되니까 서민들의 고통은 ‘엄살’로 여기고 경기에 대한 잘못된 확신을 더 강화하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부동산 보유세율과 과표를 대폭 인상하면 세금을 더 걷을 여력이 생기니 현재의 재정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추경으로 경기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세수의 증가는 국민의 부담이 되고 실질적으로 수요를 줄이는 것이 돼 확장정책의 효과는 반감한다.

일찍이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인식해 마련한 ‘국가재정법’ 제90조는 초과세수로 얻어진 세계잉여금으로 일정한 기준에 따라 국가채무를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작년에는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금을 줄여줬던 조세지출도 동법 제88조에서 정하는 법정 한도를 초과했다. 이것도 정책상 총예산에 포함돼 실질적 지출로 관리해야 하는 금액이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 중인 추경도 연초부터 집행하는 것이 문제일 뿐 아니라 긴급한 경제위기라든지 하는 추경 편성의 요건을 충족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총선에 맞춰 24조원에 해당하는 지방공공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집행하는 것 역시 문제다. 지난 정부들이 만들어 놓은 건전재정의 틀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국민 부담의 또 다른 측면은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실업이 늘면서 실업급여 지출이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고용유지 관련 지출을 늘리면서 고용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지출이 대폭 늘어난 국민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험료율을 또 인상해야 할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잠재적 부채가 쌓이고 있는데도 개혁은 전혀 손대지 못하고 있다. 어떤 세금보다도 부담이 훨씬 큰 사회보험료율의 대폭적 인상은 이미 예정돼 있다고 봐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민간 경제의 활성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우리와 오랜 기간 경기 동조화를 유지했던 미국의 경기가 불확실한 데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 결과로 보호무역이 강화돼 이들이 자국 생산을 늘리면 가장 큰 피해는 우리가 입을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는 성장과 관계가 없다. 때가 되면 경기도 자생적으로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미 사달이 난 노동시장을 수습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신뢰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단순히 규제완화를 공염불하는 한 기업은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업에 찌든 청년근로자들도 이제는 점차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생산 기업과 일할 청년들이 고갈되는 최악의 상황은 서둘러 막아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정부 예산지출을 조목조목 살펴서 세금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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