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한·중 공동문제로 인식하고
인기영합적 대책의 합리성도 따져봐야

박래정 < 베이징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
[세계의 창] 對中 항의만으론 초미세먼지 줄일 수 없다

최근 한국을 덮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배쯤 짙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2013년 겨울 중국 베이징이 실제 그랬다.

초미세먼지 오염은 중국에서도 인재(人災)다. 상황을 방치한 정부에 1차적인 불만이 쏟아졌다. 정보통제가 심한 사회다 보니 중국 기상청보다 미국대사관의 대기오염 수치를 신뢰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베이징의 대치동’인 황좡(黃莊)역 일대에선 종일 먼지 교실 속에서 지낼 자녀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학교에 대책을 요구하다 아예 공기청정기를 기증하는 사례도 나왔다.

당시 베이징 도심의 PM2.5 농도는 한때 ㎥당 500㎍ 수준. 한국의 ‘매우 나쁨’ 경보 기준인 75㎍보다 6배나 높았다. 먼지에 갇힌 야밤의 도심은 공포 그 자체다.

이런 베이징에서 국제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완주한 시민들의 ‘검게 변해버린’ 먼지마스크는 해외토픽감이었다. 그런데도 이 대회는 중단 없이 계속 열렸다. 2014년 2월 150(월평균)을 찍었던 베이징 PM2.5 농도가 지난해 12월 39까지 내려온 덕택이다.

공산당이 국정지표의 하나로 대기오염 개선을 내세웠던 만큼 중국 정부의 먼지 대책도 가차없이 집행됐을 것이다. 국무원이 2013년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내놓은 뒤 베이징 시당국은 2017년까지 오염기업 1992개를 퇴출시켰다. 지난해 적발한 환경사범만 1만5000명이다. 조업 및 공사 중단, 운행 제한, 구이 요리 단속, 휴교 등은 단계마다 기계적으로 취해진다. 차량 5부제는 이제 일상생활이 됐다. 2000년대 천연가스 엔진으로 개조한 시내버스는 최근 전기차로 교체 중이다.

한국에서 위의 조치를 취한다고 생각해보자. 무더기 행정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초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당장 누군가의 생계활동을 줄이거나 접게 해야 하고, 에너지 이용방식에도 메스를 대야 한다. 도심 불법 가판대조차 철거하는 데 애를 먹는 한국에서 사회적 동의를 이뤄내기 어려운 대목이다. 강력한 행정력 덕택에 가시적 성과를 낸 중국이지만 그만큼 시민들의 불편과 원성도 쌓였을 것이다.

중국발 초미세먼지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불만은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할 판이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항의에 중국 사회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과학적 입증을 떠나 지난 5년 동안 한국 사회가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감수했던 ‘고통의 무게’가 중국의 그것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가볍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중국 내 유력한 초미세먼지 배출원인 공업기업의 20% 정도는 외국 투자기업이다.

서울~베이징 거리는 고작 1000㎞ 정도다. 중국산 초미세먼지가 대기를 타고 몰려오는 것은 과학적 검증을 거치면 쉽게 입증될 것이다. 그러나 서해 백령도보다 서울의 대기오염이 늘 더 심하다는 사실은 우리 스스로도 고통스럽게 행동해야 할 때임을 깨우쳐준다.

항의는 쉽지만 한국의 국력은 중국에 보복관세를 남발하는 미국 수준이 아니다. 초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안 된다면 헛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역지사지로 관점을 바꿔보자. 우리 입장에선 지난 5년 중국 정부가 시행해온 각종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분석 결과를 넘겨받아 정치권이 남발하는 ‘인기영합적 고비용’ 대책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25일부터 열린 ‘한·중 미세먼지 저감 기술교류회’도 좋은 출발이다. 공동의 문제란 인식이 깔려야 공동의 대책도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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