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경영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실 위주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는 발언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글로벌 경영환경 최악" 목소리 높인 CEO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22일 경기 이천시 본사에서 개최한 주총에서 “반도체 역사상 유례없는 지난 2년의 호황기가 지나고 올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메모리 수요 둔화 등 어려운 사업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며 “그럴수록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핵심 경쟁력인 공정 미세화와 수율 향상을 통해 원가 절감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은 이날 서울 상일동 본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올해 경영 여건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미·중 갈등이 단시일 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국내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이 사장은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각 사업 부문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효율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날 주총에서 정지선 그룹 회장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반을 함께 이끌어왔다.

GS그룹 지주사인 (주)GS는 이날 주총에서 허창수 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을 통과시켰다. 회사의 CEO인 정택근 부회장은 “핵심 사업분야 역량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날 주총에서 전 직원에게 매년 1000만원 상당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지급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주총 후 “이제는 네이버가 글로벌에서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고 자신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