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아트테크 대중화한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첫번째 공동구매 작품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은 지난해 10월 4500만원에 구매해 2개월이 채 안돼 5500만원에 매각했습니다. 약 22%의 수익을 얻었죠.국내 미술품 시장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규모나 거래방식에 있어 뒤쳐져 있습니다.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38·사진)는 미술품 투자를 대중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미술품 투자는 비싼 가격 때문에 부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김 대표는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일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재테크의 길을 마련했다. '아트테크'(아트+재테크)다.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열매컴퍼니의 전시공간인 '취화담'에서 그를 만나 아트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매력있었다.
[투자 썰쩐] (13) 김환기 '산월' 투자 모집 7분 만에 완료…"두 달 만에 1000만원 벌었다"
◆회계사, 펀드매니저에서 아트테크 전도사로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화실에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부모님이 미대 진학을 반대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한국공인회계사(KICPA) 자격을 취득하고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 업무를 했다. 당시 아트펀드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미술품가격 지수인 메이모제스와 S&P500 지수를 비교했을 때 메이모제스의 상승률이 더 높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메이모제스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7.25%로, S&P500의 7.0%보다 높았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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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술품 시장은 증시와 시차를 두고 움직이기 때문에 분산투자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삼정KPMG 이후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를 하던 김 대표는 미술품 투자에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관련 시장을 경험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월급이 4분의 1 토막이 났지만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접 경험해보니 미술품 시장은 높은 수수료와 획일화된 거래방식, 시장 외부에서 자금이 유입되기 힘든 구조 때문에 정체돼 있었다. 특히 재벌들은 대를 거쳐 쌓아온 안목과 인맥을 활용해 투자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대중들이 미술품 시장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미술품 투자로 고수익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유명작가의 작품들은 고가에서 거래되다보니 개인의 미술품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저부터도 가격이 오를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비싸서 살 수가 없었죠. 그래서 소유권을 분할해 미술품을 공동구매하고, 공동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2016년 11월 열매컴퍼니를 창업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등과 검토했고,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2년에 가까운 준비 끝에 2018년 10월 국내 최초로 미술품 공동구매를 성사시켰다.

◆김환기 '산월' 7분 만에 투자자 모집 완료

첫 공동구매 작품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작가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로 결정됐다. 2018년 10월30일 온라인 공동구매 접수 7분만에 4500만원의 모집이 완료됐다. 구매 신청자 전원이 30분 내에 입금을 완료하고 구매를 확정지었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월의 매각은 5500만원에 같은 해 11월29일 결정됐고, 12월 말 수익배분까지 완료됐다. 공동 구매자들은 두 달이 안 돼 22%의 수익을 돌려받았다. 열매컴퍼니는 2년 내 목표수익률 20%를 달성 시 매각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김환기 이중섭 이우환 윤형근 김창렬 등과 같은 대가들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파는 경우가 더 많다"며 "주식에 비유하자면 우량주인데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다보니 매입가보다 비싸게 파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작품을 시세보다 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미술품 시장의 경우 수수료가 워낙 높아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수료를 조정하게 되면 구매 자체 만으로도 목표수익률을 일부 달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경매업체를 이용하면 총 수수료가 30% 수준에 달한다. 열매컴퍼니는 공동구매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회사는 물론 김 대표 자신도 구매에 참여해 시세 차익을 얻기 때문에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열매컴퍼니는 2018년 10월부터 매월 1개에서 최대 3작품까지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4개월간 총 5억4000만원에 8개 작품을 공동구매했다. 대부분 7분 이내에 접수가 완료됐다. 지난달 공동구매한 가장 비싼 작품인 이우환 화백의 '선으로부터'는 2억1000만원을 하루 만에 모집했다. 투자금액은 개인당 100만원부터 5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그는 "제한을 두지 않으면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전액을 투자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렇게되면 일반 사람들을 미술품 시장에 유입시키고, 미술품을 결합해 투자자산군(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함을 보여주려는 우리의 의도가 퇴색된다"고 했다.
2억1000만원에 공동구매한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옆에 선 김재욱 대표
2억1000만원에 공동구매한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옆에 선 김재욱 대표
◆미술품 투자, 세제 혜택도 탁월

김 대표는 미술품 투자가 주식과 부동산을 대체하는 재테크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술품은 주식 부동산 등과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금의 일정 부분을 사용할 만하다는 것이다. 또 국내 작가 작품의 경우 다양한 세제 혜택이 존재해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미술품의 매각하는 경우 20%의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기타소득으로 잡혀 분리과세하게 된다. 이는 작품당 양도가액이 6000만원 이상인 경우고, 6000만원 미만은 비과세다. 과세에 있어서도 필요경비(취득가액)를 80%(10년 이상 보유시 90%)까지 인정해 실제적으로 부담하는 세율은 최대 4.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8000만원에 산 미술품을 1억원에 팔았다면 2000만원에 대해서만 과세하게 된다.

또 현재 생존해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은 비과세고, 취득세나 작품 보유에 따른 재산세 등도 부과하지 않는다.

열매컴퍼니가 2억1000만원에 공동구매한 '선으로부터'는 작가인 이우환 화백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비싼 가격에 팔려도 내는 세금이 없다.

김 대표는 "외국 작가의 경우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세제 혜택도 국내 작가에 비해 약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재테크가 그렇듯 아트테크도 시장과 작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위험도가 높은 신진이나 중견 작가의 작품에 투자하기보다 경매와 같은 2차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한 유명작가 작품에 분산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사진·영상=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