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랜드마크 경제학
스페인의 작은 공업 도시 빌바오는 주력 산업인 철강이 쇠퇴하면서 도시 경제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 1997년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매년 100만여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고, 연 2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미술관이라는 랜드마크 하나로 추락한 도시 경제를 되살려 냈다는 뜻에서 ‘빌바오 효과’라는 말까지 생겼다.

‘랜드마크(landmark)’는 여행자들이 처음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시해 둔 것을 뜻한다. 지역 또는 나라를 대표하는 건물이나 조형물 등을 가리키는 말로도 널리 쓰인다. ‘랜드마크’가 갖는 현실적 의미는 그 이상이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는 물론, 도시 이미지 제고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도시마다 앞다퉈 랜드마크 조성에 나서는 이유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매년 800만 명이 넘는 유료 관광객이 찾고 있다. 에펠탑의 경제적 가치가 4346억유로(약 57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1887년 착공 당시에는 ‘파리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흉물’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스토리와 문화가 하나하나 입혀지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났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도 대표적 랜드마크다.

19세기 말부터 건설이 본격화 된 초(超)고층 빌딩도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1931년 완공된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엔 지금도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일본 도쿄의 스카이 트리 등은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건설 중인 ‘허드슨 야드(Hudson Yards)’가 새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민간 개발 사례인 이 사업의 총 비용은 250억달러(약 28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5일 개방한 시설 중 탑 계단형 구조물인 ‘베슬’은 독창적인 외관으로 눈길을 끌었다. AFP통신은 “2025년 최종 완공될 허드슨 야드는 미국 금융수도의 전설적인 마천루에 대한 새 헌사로 관광객들을 맞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도 랜드마크 경쟁이 활발하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555m)가 2017년 4월 개관과 함께 한국의 새 랜드마크로 등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서울 삼성동에 국내 최고 높이(569m·105층)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인천 등에도 초고층 빌딩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랜드마크의 경제학’을 새로 써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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