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1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5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미·중은 유엔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 활동 기한을 1년 연장하는 결의안 채택을 놓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회의에서 미국은 결의안에 중국이 요구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협력’이란 단어를 넣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결의안 채택에 진통을 겪었다.

조너선 코언 유엔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용해 사리사욕만 채우는 일대일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일대일로엔 부패와 투명성 결여 등과 같은 문제가 있다”며 “중국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우하이타이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일대일로는 공동 발전을 모색하는 것으로 지정학적 문제와 관련이 없다”며 “아프가니스탄 복구에도 적합한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보리 회원국 중 하나가 건설적 의견을 받아들이길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합의를 이룰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보리는 반쪽짜리 결의안을 채택한 뒤 마무리됐다. 결의안엔 일대일로 협력이라는 단어가 빠졌고 연장된 UNAMA 활동 기한도 기존의 1년에서 6개월로 줄었다. 명보는 “미·중 갈등으로 과도기적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유엔주재 독일대사는 “미·중 갈등은 근본적으로 평화유지 임무와 관련이 없다”고 유감을 밝힌 뒤 6개월 안에 갈등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UNAMA는 아프가니스탄의 안정과 평화 구축을 돕기 위해 2002년 3월 설립됐다. 2016년부터 안보리의 아프간 관련 결의안에는 ‘일대일로 협력’이라는 단어가 매년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무역전쟁을 비롯한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대일로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커진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5G(5세대) 이동통신과 해저 광케이블 등 전략적 인프라 설비 구축으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해나가자 반대 입장으로 급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