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 국제부장
[김수언의 데스크 시각] 포퓰리즘 이탈리아, 남의 일 아니다

이탈리아가 점점 더 유럽연합(EU)의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EU는 이탈리아를 열등생 취급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에 이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인데도 그렇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부른 당사국 중 하나인 데다 위기 재발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 불신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경제 활력이 사라지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8%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더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강력한 개혁과 함께 재정적자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반(反)EU·반이민을 앞세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인 동맹이 연합해 지난해 6월 출범시킨 이탈리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서유럽 첫 포퓰리즘 정부

이대로라면 GDP 규모 세계 8위이자 주요 7개국(G7) 멤버인 ‘선진국 이탈리아’는 여기까지일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는 정치·외교적으로도 난민 문제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참여 등을 놓고 EU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저소득층과 실업자 등에게 한 달에 최대 780유로(약 100만원)를 지원하는 기본소득 도입에 나섰다. 이탈리아어로 ‘시민소득(reddito di cittadinanza)’이라 불리는 것으로, 실업자에게 주는 기본소득이 기존 실업급여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기본소득 실험을 했던 핀란드 정부가 실업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포기한 그 정책이다.

이탈리아는 67세이던 연금수령 연령도 조건에 따라 62세까지 낮아질 수 있도록 했다.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고 있는 다른 나라 움직임과는 반대다. 기본소득제는 연립정부의 주축인 오성운동이, 연금 조기 수령은 공동 정부에 참여한 동맹이 주도했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공약했던 것을 나라 곳간 사정과 무관하게 실행에 옮겼다.

이탈리아 경제는 점점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0.6%로 낮추자 EU 집행위원회는 잘해야 0.2% 성장할 것이라는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아예 마이너스 성장(-0.2%)도 배제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3만달러 소득도 위태롭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5년 3만달러를 돌파했던 이탈리아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08~2011년 4년 연속 3만7000달러에 도달한 뒤 내리막길이다. 2017년엔 3만1020달러로 미끄러졌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였던 지난해엔 3만달러 아래로 밀렸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이탈리아는 독일과 프랑스 등에 비해 경제활력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낮은 노동생산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고 한때 소규모 가족기업이 주도한 산업구조는 한계에 도달했다. 청년실업률이 33%(1월 기준)로 EU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운데 청년층 대졸자가 30%도 안될 만큼 학력 저하마저 심각하다.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인력 수급이 어렵다.

이탈리아가 다시 뛸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과거 독일은 뒤로 밀렸다가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번 미끄러진 스페인은 아직도 2만달러 국가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치는 그 어느 나라보다 극성이다. 옛 로마제국의 유산이 그나마 이탈리아의 현재를 지탱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만달러 소득은 도달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게 더 힘들어 보인다.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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