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집단지성의 힘 보여준 국민참여예산제도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도시 숲을 만들어주세요.” 지난해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국민참여예산제도 예산사업으로 대전 시민 이다정 씨가 제안한 내용이다. 이씨의 제안은 산림청의 국민제안 사업으로, 올해 예산에 총 300억원이 반영됐다. 지금 14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32개의 도시 숲 조성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참여예산제도는 국민이 직접 예산사업을 제안하고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확대한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납세자인 시민의 뜻에 맞게 예산을 쓰고자 브라질 지방도시인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시작돼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 세계 도시로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광주광역시 북구를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첫 시행에도 불구하고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1206건의 예산사업이 제안됐다. 사업 담당 부처는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제안된 사업이 중앙정부 예산사업으로 적합한지 점검하고 사업 내용을 구체화했다. 그 후 전국에서 선발된 300명의 예산국민참여단이 나흘에 걸쳐 숙성된 국민 제안사업을 논의·평가했다. 정부는 예산국민참여단 평가에 더해 일반 국민 1000명이 참여한 선호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참여 예산사업을 선정하고 정부 예산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38개 사업, 928억원의 예산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 국민참여를 통해 2019년도 예산에 반영된 사업은 생활밀착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저감과 청년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이 전체 참여예산의 70%를 차지한다. 먼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이씨가 제안한 도시 숲 조성사업을 포함한 4개 사업에 500억원의 예산이 반영돼 집행되고 있다. 다음으로 청년계층을 지원하고자 추운 겨울 장병에게 패딩형 동계점퍼를 지급하는 등 4개 사업에 83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 등 6개 사업에는 48억원의 예산이 쓰인다.

우리 사회는 최근 기존 정책과 지혜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미세먼지, 청소년 자살 문제, 사회적 고립 등이 그렇다. 사회적 난제를 마주하면서 정부 정책담당자가 미처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올해 미세먼지 상황을 보면서 지난해 미리 4개 사업에 500억원의 예산을 반영한 국민의 지혜가 놀랍다. 삶의 현장에 있는 국민의 집단지성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인다.

올해도 다음달 15일까지 국민참여예산제도 사업제안을 접수하고 있다.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 또는 이메일, 우편 등을 통해 예산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 올해는 더 많은 국민이 보다 쉽게 사업제안을 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 산업단지 등의 현장 접수도 확대했다. 찾아가는 국민참여예산 설명회도 열어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알리고 있다. 올해에도 많은 국민이 국민참여예산 참여를 통해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그 의미가 국민의 삶의 현장에서 다시 한번 증명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