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상용직 증가가 고용의 질 개선?…20년째 지속된 현상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근간인 일자리부터 심상치 않다. 2010년 이후 연평균 38만 명씩 증가하던 취업자 수는 작년엔 4분의 1 수준인 9만7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 중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올 들어선 더 심각하다. 1월 전체 취업자 증가폭은 1만9000명 수준으로감했다. 그런데도 농어촌 취업자는 무려 10만7000명 늘어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으로 개선하겠다던 소득불평등 수준은 발표 때마다 더욱 악화되고 있다. 고용과 분배가 동시에 무너지는데 정부 관계자들의 대응은 참으로 당황스럽고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책 당국자의 ‘확증편향’ 경계해야

더 우려되는 점은 정책 당국자들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나 진실이 어떻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 이런 경향은 통계 생산 및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게 만들기 때문에 통계 생산과 해석의 중립성과 독립성, 객관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고용과 분배는 지속적으로 악화돼왔다. 정부 관계자들은 처음엔 통계청 통계를 문제삼아 스스로의 정부 공식 통계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용 감소와 분배 악화의 주요인이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라든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폈기에 추가적인 분배 악화를 막았다든지 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너무나 편협한 변명으로 들린다.

통계를 거짓말이라고 폄하하는 격언도 있지만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통계를 잘 모르는 사람의 실수 혹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근거도 없이 향후 고용과 분배가 개선될 것이라 한다. 이런 시각과 주장으로는 올바른 정책을 시행할 수 없어 걱정이 앞선다.
[뉴스의 맥] 상용직 증가가 고용의 질 개선?…20년째 지속된 현상
통계는 거짖말하지 않아

고령화의 진전이 어디 2018년 한 해의 일인가? 소득주도성장은 분배 개선을 위한 정책인데, 통계를 제대로 해석하면 취약계층의 고용 감소와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부진으로 분배가 오히려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도 무슨 근거로 현 정부 정책이 2018년 소득분배의 추가 악화를 막았다고 하는가? ‘일하는 복지(workfare)’라는 용어를 사라지게 하고 근로소득 감소보다 적은 정부의 공적이전소득을 증가시켰기 때문에 그러한가? 아니면 이제는 바닥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고용 감소나 분배 악화는 없다고 믿는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고용이 회복되지 않는 한 향후 분배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낙관은 금물이며, 낙관한다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취약계층의 고용과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에 충격을 줘 전체 고용 및 분배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고령화, 구조조정, 경기침체가 겹친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이 취약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확증편향적 사고는 접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실패

결국 지금까지 나타난 고용과 분배 수치로 보면 현 정부 정책은 실패다. 달리 이야기하면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고령화 등의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지나치게 노동조합 위주의 정책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집착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다. 현 정부는 노동조합이 취약계층 근로자를 포함한 전체 근로자를 대표한다고 여겼겠지만 이는 오산이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주로 대기업과 공기업 등 소위 괜찮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대변할 뿐이다.

정부의 최저임금에 대한 집착은 이미 취업해 기득권 울타리에 진입한 임금근로자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내 그들의 임금을 올렸을 뿐이다. 반대로 최저임금 상승으로 고용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실직자, 신규 취업자,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몰려 있는 소득 하위 분위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감소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2018년의 한국 전체 고용과 소득분배를 악화시킨 것으로 통계는 정확히 이야기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경로는 이미 선진국에서 실패한 사례로 누차 지적받는 바 있다. 소위 ‘내부자/외부자 문제(insider/outsider problem)’라고 불리는 정책실패의 전형적인 사례인 것이다.

일자리 상황판에서 빠진 자영업 통계

이런 정책실패의 전조는 현 정부 출범 초기의 일자리 상황판에서 읽을 수 있었다. 당시 일자리 상황판을 보면 전체 취업자의 통계로 기준을 삼을 수 있는 것들도 임금근로자로 한정한 경우가 상당했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실직자, 구직자 등 진짜 취약한 근로자는 상황판 지표에서 빠지기도 했다. 현 정부가 고용과 분배를 동시에 중요시한다면 고용률 수준이나 소득불평등 수준의 목표치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잘되면 정책 덕, 못 되면 환경 탓으로 돌리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고 책임지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2018년보다 올해 예상되는 최저임금의 고용과 분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누적효과와 근로시간단축 및 주휴수당의 엄격한 집행 등이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취업자수 증가폭 둔화가 인구구조 탓?

아래에서는 고용의 양과 질 문제, 그리고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친 영향에 관한 잘못된 주장을 바로잡고, 2018년의 고용지표 통계를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해석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고용량인 전체 취업자 수는 2018년 2682만 명으로 2017년에 비해 9만7000명(0.4%) 증가했다. 이를 두고 정부 일각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의 경우 15세 이상 인구 증가 25만2000명에 2017년 15세 이상 고용률 60.8%를 적용해, 인구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취업자는 적어도 15만 명은 증가했어야 한다. 더구나 기존 단시간 근로자의 증가 추이와 근로시간 단축을 감안하면 20만 명은 증가했어야 정상이다.

결과적으로 2018년의 취업자와 근로시간을 곱한 총노동투입시간은 전년에 비해 2.7% 하락했다. 이러한 총노동투입의 감소는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성장잠재력의 저하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고용 목표치도 제시하지 않는 정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 정부는 고용의 목표치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비교의 기준이 되는 15~64세 고용률은 66.6%로 2017년과 2018년이 동일하다. 인구감소로 취업자가 연간 10만명 이하로 증가해도 문제가 없다면 현 정부의 고용률 목표치는 무엇인가?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고용률은 68.3%이며, 주요 선진국들은 70%를 이미 넘고 있다. 심지어 독일, 일본, 네덜란드 등 75%를 넘는 국가들도 있다. 따라서 고용률이 66%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인구감소로 인해 고용률이 답보 상태니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라면 참으로 한탄스럽다.

농업 취업자 증가가 귀농 때문?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도 귀농·귀촌 증가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올 1월은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 10만7000명을 제외하면 전체 취업자는 오히려 9만 명가량 줄었다. 이 통계치를 좀 더 세밀히 살펴보면 올 1월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의 대부분(82%)이 60~70대 노인이고, 그중 절반가량이 집안일을 돕는 할머니다. 이런 노인(남성 1인 자영업자와 여성 무급가족종사자)들이 없었다면 아래 세 번째에서 논의되는 자영업자의 감소는 더욱 컸을 것이다.
[뉴스의 맥] 상용직 증가가 고용의 질 개선?…20년째 지속된 현상
상용근로자 증가가 고용의 질 개선?

두 번째는 고용의 질 관련이다. 현 정부 관계자들은 2018년의 상용직 증가는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이 역시 고용지표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임금근로자는 상용, 임시, 일용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상용직은 고용이 보장되는 정규직과는 전혀 다른 의미며 고용계약 1년 이상의 근로자를 의미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상용직은 이미 20년 전부터 증가해왔고 임시직과 일용직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이런 추이는 2018년에 특별히 변한 것도 없어 상용직 증가가 고용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라는 주장은 별 의미가 없다.

비정규직도 되레 3만6000명 늘어

현 정부에서 언급하는 대표적인 고용의 질 지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제시한 1호 정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였던 것을 상기하면 비정규직의 감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2018년 전년 대비 3만6000명 증가해 그 비중이 33%에 이르렀다.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전체 비정규직이 오히려 증가했으니 고용의 질은 좋아진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세 번째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견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8년 고용 감소의 모든 원인이 최저임금에 기인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현시점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든지, 잘 모르겠다든지 하는 주장도 참으로 무책임하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주로 임금근로자의 고용에 관한 것이고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의 고용에 대한 영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은 전체 취업자 중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10% 안팎이지만 우리나라는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25%에 이른다. 더구나 상당수 자영업자가 영세 자영업자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1990년 약 40%였으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감소했다. 자영업자 비중이 국가마다 다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소득수준, 실업률, 노동시장 유연성 정도, 개인 실효소득세율, 조세제도의 투명성, 사회안전망 수준, 최저임금 수준 등이 그것이다.

최저임금이 영세 자영업 구조조정

필자의 최근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자영업자의 변동과 의미있게 관계되는 변수는 사회안전망 수준, 조세제도의 투명성, 최저임금 수준 등 세 가지다. 이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나라에서 자영업이 취약계층의 생계유지 수단이 되며, 그렇기 때문에 소득 파악이나 세금 부과가 너그럽다는 것으로 그 상관관계가 설명된다.

하지만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로 자영업자 비중의 변화를 가장 유의미하게 설명하는 변수는 최저임금 수준이 유일하다. 즉 중위임금(전체 근로자 중 중간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질수록 세계적으로 자영업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임금근로자로 취업하는 게 자영업 등 비임금근로자로 일하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상승은 영세 자영업 부문을 구조조정한다고 여겨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볼 때 2018년에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증가하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감소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급증이 자영업자의 고용 감소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줄어들 것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그림 2)에서 보듯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프랜차이즈 점포의 증가로 다소간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리고 2018년에는 구조조정과 경기침체 여파로 자영업자로 전업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추세보다 더 많은 증가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외환위기 등 불황기에 추세에서 벗어난 자영업 창업이 증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상황이 어려워지면 고용원 수를 줄이고 그다음 폐업 수순을 밟게 된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엔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일단 고용원을 줄이는 선택을 먼저 했고, 이는 도소매·음식숙박 등 서비스업 등에서 임금근로자가 감소하는 통계수치로 이미 반영돼 있다. 따라서 올해엔 고용원 수 감소를 넘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 자명하다.

더불어 2018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이전 감소 추세보다 더 가파르게 줄어든 원인도 경기침체와 결합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각종 비용 증가 효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경로는 앞에서 언급한 최저임금 상승이 전체 자영업자를 구조조정해 취업자를 임금근로자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한다는 일반론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