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임시허가 등을 내주고 있지만, 유효기간이 끝난 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우려가 많다. 그런 우려를 뒷받침해 주듯 박근혜 정부 당시 규제 샌드박스와 비슷한 ‘신속 처리 및 임시허가 제도’ 적용을 받았던 신기술 4건 중 3건이 본허가를 받지 못하고 사장된 것으로 확인됐다(한경 3월 11일자 A1, 4면). 규제 샌드박스도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난 정부에서 신속 처리 및 임시허가 제도는 새로운 기술·서비스 개발자가 허가 등 근거 법령을 못 찾을 때 도와준다는 게 핵심이었다. 임시허가 기간은 1년이고 연장 신청으로 최장 2년까지 가능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임시허가에 실증특례(법으로 금지된 경우)를 추가하고 유효기간을 최장 4년(2+2년)으로 확대했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어찌될지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유효기간 내 법령 정비를 추진한다지만, 그렇지 못하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은 임시허가 8건, 실증특례 9건도 그 운명을 점치기 어렵다.

법령 정비는 공무원의 소극행정 문책이나 적극행정 장려로 해결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기업이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받자마자 법적인 본허가 근거 마련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렇게 해서 법이 마련되더라도 지금의 정치환경에서는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규제 샌드박스로는 규제 개혁도 투자 촉진도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점을 일거에 타파할 수 있는 길은 과감한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뿐이다. 일단 허용한 뒤 사후에 문제가 발견되면 보완책을 강구하면 될 일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조차 이런 방식으로 신산업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우리가 못 할 이유가 없다.

지난 정부에서 ‘신속 처리 임시허가’ 1호를 기록한 기업의 눈물이 또다시 재연될까 걱정이다. 벌써부터 가상화폐 해외 송금과 관련한 규제 샌드박스 1호 신청 기업을 놓고 벌어지는 부처 간 갑론을박을 보면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신산업은 규제 샌드박스가 아니라 큰 바다로 끌어줘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