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을 유지해 배당주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에쓰오일이 ‘쇼크’ 수준의 작년 결산배당을 공시했다. 지난해 본격 가동에 들어간 울산 잔사유 고도화설비(RUC)를 짓느라 차입금 부담이 커진 가운데 작년에 유가 급락 충격까지 겹치면서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게 원인이 됐다.
주당 4700→150원…에쓰오일 '배당 쇼크'
배당 쇼크에 개미들 충격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쓰오일은 5700원(5.59%) 떨어진 9만6300원으로 마감해 10만원 선이 깨졌다. 기관투자가가 684억원어치 순매도해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전날 발표한 결산배당 규모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게 ‘직격탄’을 날렸다.

에쓰오일은 주당 150원(보통주), 총 배당금 175억원을 확정했다. 작년 중간배당(698억원)을 포함한 배당성향은 33.8%다. 7일 종가(10만2000원) 기준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주가)은 0.1%에 머물렀다. 이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1년 이후 유가 급락으로 2897억원의 순손실을 낸 201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50% 안팎의 배당성향을 유지해왔다. 2016년엔 배당성향이 59.8%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2014년을 제외한 2011~2017년 평균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배당지급일 기준 주가)은 4.08%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의 갑작스러운 배당 쇼크에 주가 조정기였던 작년 4분기에 높은 시가배당률을 노리고 투자에 나선 ‘개미’들은 충격에 빠졌다. 개인투자자들은 작년 4분기에 에쓰오일을 1073억원어치(상장지수펀드 제외 유가증권시장 9위) 사들였다.

업황 둔화로 실적 악화

에쓰오일은 작년에 전년보다 79.8% 감소한 258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 회사는 2014년 착공해 작년 11월 상업생산에 들어간 울산 RUC를 짓는 데 4조8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투자금의 상당액을 차입으로 충당한 뒤 영업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빌린 돈을 갚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6년 말 5000억원이었던 순차입금 규모가 작년 말 5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작년 영업이익은 6394억원으로 53.4% 감소했다. 작년 4분기에 국제유가(서부텍사스원유 기준)가 38.0% 급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이 확대된 탓이다.

중국 등 글로벌 주요국 경기 부진으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은 급감했다. 작년 2월과 3월에 각각 배럴당 7.4달러(월평균)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12월엔 2.5달러까지 추락했다.

배당성향 회복 가능할까

증권가에선 올해 에쓰오일의 배당성향이 예년과 비슷한 50% 안팎으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 들어 유가가 완만한 상승 궤적을 그리고 있어 재고평가손실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정제마진 회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올해 1, 2월 두 달간 정제마진은 배럴당 2달러대에 머물렀다. 흥국증권은 이날 에쓰오일의 올해 배당성향 전망치를 종전 55%에서 30%로 낮췄다. 이 증권사 전우제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배당성향이 40% 위로 올라가려면 2023년 준공 목표로 진행 중인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사를 2~3년 늦추거나 정유업황이 대폭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