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평오 < KOTRA 사장 pokwon@kotra.or.kr >
[한경에세이] 산 넘어 산, 강 건너 강이지만

최근 수출이 부진해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수출 부진은 글로벌 교역환경이 악화된 데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들의 단가가 하락한 탓이 크다. 지난해 최대 효자 수출품목이던 반도체는 공급과잉으로 수출단가가 지난달 기준 38%나 하락했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역시 공급 증가로 수출 단가가 각각 14% 넘게 떨어졌다.

교역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져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쓰였던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교역의 가장 큰 위협은 미·중 통상분쟁이다. 최근 시한을 연장해가며 협상 중이지만 전망이 불투명해 언제든 다시 격화될 수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안갯속이다. ‘노딜’ 가능성에 각국이 대책을 수립하느라 분주하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낮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의 금융위기 또한 언제든 뇌관이 될 수 있다.

수출에 어려움이 많지만 환경 탓만 할 수는 없다. 중국 남송시대 시인 육유(陸游)는 ‘산중수복의무로(山重水復疑無路) 류암화명우일촌(柳暗花明又一村)’이라고 노래했다. “산 넘어 산이고 강 건너 강이라 길이 없는 듯해도 버들이 짙푸르고 꽃이 만개한 마을이 나온다”는 뜻이다. 적극적으로 도전하면서 새 희망을 찾아야 한다. 수출 활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신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 그동안 중국과 미국 등 특정 지역에 치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시장이 많다.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은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수출을 늘릴 여지가 있다. 좀 더 멀리 보고 뛰는 기업가정신이 요구된다.

유망 품목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 2차전지는 지난해 수출 70억달러를 넘었고, 최근 몇 달 동안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8억달러어치를 수출한 전기차는 올해도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가 5G(5세대) 분야의 글로벌 통신장비 점유율 20%를 넘어서 이 분야의 수출 전망도 밝을 것 같다. 이런 수출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지난 4일 발표한 정부의 ‘수출활력 제고 대책’이 수출 회복의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KOTRA는 85개국 126개 해외무역관이 앞장서 신시장, 신품목을 발굴하고 기업들에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해 수출을 늘리도록 힘쓸 것이다. 예전에도 우리 수출에 쉬운 길은 없었다. 항상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면서 성장해오지 않았던가. 희망을 품고 다시 힘차게 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