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강행에 소득 분배 악화
성장이 목표라 분배측면 소홀해
개선 목표 정하고 합당한 정책을"

김소영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시론] 분배 개선 위한다면 정책 수정해야

최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보다 17.7% 줄었고, 근로소득은 36.8% 급감했다. 반면 상위 20%의 소득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10.4% 늘었다.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 문제를 중요시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달리 분배 구조가 더 나빠진 것이다. 여기엔 최근의 경기 둔화 추세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정책적인 문제도 크다고 생각한다.

가장 드러나 보이는 문제점은 시행 중인 일부 노동 관련 정책이 소득 분배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소득 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기업은 노동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최저임금 대상자 중 고용이 된 사람들은 노동 소득이 증가하게 되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노동소득은 모두 없어진다. 결국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은 최저임금 대상자의 실업으로 소득 분배가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최저임금 대상자를 고용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의 이윤과 소득이 줄어 소득 분배가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보다 포괄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은 대체로 노동 또는 분배 관련 수단을 사용해 경제 성장을 달성하자는 것인데, 결국 그런 정책의 목표가 분배 개선이 아니라 경제 성장이라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분배 정책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그 목표는 소득분배 개선이 아닌 경제 성장이고, 따라서 이들 정책의 성패는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지 여부가 되기 때문에, 분배의 개선 여부에는 오히려 소홀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소득주도성장 관련 논의도 경제 성장 가능성에 치우쳐 분배 개선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장이 아니라 분배 개선을 목표로 했다면 이런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 보다 효과적인 논의가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분배 개선 자체를 반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분배 개선이란 직접적인 목표 아래 분배 문제를 원하는 수준까지 명확히 개선하면서 부작용도 적은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경제 성장의 경우 성장률이라는 상대적으로 명료한 잣대가 있는 반면, 분배 개선은 훨씬 더 다양한 목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위 10%의 소득 증대를 목표로 해야 하는지, 하위 50%의 소득 증대를 목표로 해야 하는지, 또 상위와 하위의 간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지니계수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청년실업·노인빈곤에 주력해야 하는지 등 어떤 종류의 분배 개선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에 관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논의가 필요하다. 분배를 어느 정도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어떤 종류의 분배를 얼마만큼 개선해야 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분배 목표가 설정되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현 상황을 보면 명확한 분배 목표가 설정돼 있지 않고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 또한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정제되지 않은 다양한 정책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제 성장은 차치하고 분배 개선도 이루지 못하는 형국이다.

경제학에서 항상 강조하듯이 자원은 희소하다. 특히 현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자원을 낭비할 여력은 없다. 1000원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1만원을 들여 달성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분배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명확한 분배 개선 목표를 세우고, 그런 목표에 맞는 가장 적합한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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