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석 달 연속 뒷걸음질이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수출액 감소폭이 두 자릿수(-11.1%)로 커진 데다 수출물량까지 줄었다. 정부는 하반기에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면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세계경기 둔화 흐름에 비춰볼 때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수출계약서만 있으면 대출을 보증해주는 등의 ‘수출활력 제고 종합대책’을 오늘 내놓겠다고 한다. 그러나 수출금융 지원은 고기잡이에 비유하자면 그물망이 뚫어진 곳을 수선해주겠다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호수, 바다에 잡을 만한 물고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거나 미끼가 시원찮은 게 문제의 본질이라면, 이를 해결할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최근의 수출 부진을 반도체 등에 의존해온 수출 구조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10대 수출 품목에 변화가 거의 없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수출 10대 품목을 2000년과 비교하면 8개가 겹친다. 의류와 영상기기가 탈락하고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자동차부품이 새로 들어갔을 뿐이다. 수출산업의 ‘생태계 정체’는 후발주자 추격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얘기다. 방법은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맞게 기존 수출품목을 더욱 고도화하거나 신산업을 개척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전자(前者)는 대기업 규제, 노동·입지 규제 등에 발목이 잡혀 있고, 후자는 시장 창출 자체를 가로막는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PANDA(페이팔, 아마존, 엔비디아, 디즈니, 알파벳 구글) 등이, 중국에선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을 이끌면서 온라인, 공유경제 등 수출의 외연을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다. 이는 다시 기존 수출산업의 진화를 압박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한국이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수출산업의 등장을 막는 ‘생태계 규제’에 대한 일대 수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