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지난해 최악의 운용 실적을 냈다. 연간 기준으로 -0.92% 수익률을 기록해 국민 노후자금 5조9000억원(잠정치)을 까먹었다. 국민연금공단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세계 증권시장 약세가 원인”이라고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0.18%)보다 운용 실적이 저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가 투자수익률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자산배분은 외면한 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통한 기업 경영간섭에 열중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복지부는 자산분배·운용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쪽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중기(中期)자산 배분을 맡는 투자전략팀 인원은 6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기금운용본부장은 15개월이나 공석이었고, 핵심 운용 인력 이탈이 이어졌지만 복지부는 제대로 손을 쓰지 않았다. 이에 반해 스튜어드십코드 시행을 담당하는 팀을 수탁자책임실로 승격시키고, 인력도 9명에서 3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운용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국민연금의 최대 지상과제는 ‘기금 수익률 제고’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목표 수익률보다 1.0%포인트 낮아지면 기금 고갈 시점은 8년이나 앞당겨진다. 정부가 국민 노후자금 고갈을 걱정한다면 증시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은 민간 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을 그만두고 국민연금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