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영업이익의 2.3배, 1.2배에 달하는 거액 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외이사 후보도 현대차에 3명, 현대모비스에 2명 추천했다. 현대차 지분 3.0%, 현대모비스 2.6%를 10개월 넘게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엘리엇이 경영압박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한 해 벌어들인 이익보다 훨씬 많은 배당금을 달라는 엘리엇의 ‘깜짝 주주제안’은 행동주의 단기펀드들의 투기본색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대차의 지난해 배당성향(현금배당액/당기순이익)이 26.8%로 도요타(26.9%) BMW(30.4%)보다 그리 낮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무리한 요구는 단기수익률 제고에 목매는 투기펀드의 민낯을 보여준다.

배당은 고도의 경영판단이 개입되는 영역이다. 애플이 스티브 잡스 시절 무배당 전략을 고수하며 신제품 개발, 인수합병(M&A) 등에 집중해 최고의 회사를 키운 데서 잘 알 수 있다.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등 급성장 회사들 역시 창사 이래 무배당이다. 배당 대신 투자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주가가 올라 주주와 기업이 ‘윈윈’한 것이다.

엘리엇의 사외이사 대거 추천은 상법개정안에 대한 경고로도 읽어야 할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의 시행은 단기투기펀드들에 멍석을 깔아주게 된다.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한국은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는 유일한 나라가 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선진 경제권에는 없다.

그런데도 여당은 스튜어드십 코드 강행에 이어, 상법개정안도 ‘패스트트랙’을 통해 밀어붙일 태세다.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를 자초하자는 것인가. 보여주기식 경제 행보가 아니라면 지금이야말로 기업들 호소에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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