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부글부글 청춘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남성 국정지지율 하락에 대해 “보수정권에서 교육을 잘못 받은 탓”(21일)이라고 했다가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하루 만에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비슷한 발언이 또 나와 불에 기름을 부었다.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적대감을 심어준 탓”이란 홍익표 의원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여권 인사들의 ‘20대 폄훼’ 발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작년 말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게임도 안 하고 공부해서 (남자들이)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김현철 당시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여기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마라. 아세안에 가보면 ‘해피 조선’”이라고 했다가 결국 물러났다.
이쯤 되면 여권 인사들이 20대를 어떻게 보는지 짐작할 만하다. 야당 시절엔 ‘분노하라’며 청년세대의 상실감을 자극하고 이용하다가 집권 후 지지율이 떨어지자 엉뚱한 ‘설교’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단순 실언으로 넘기기엔 일관성이 있어, 암묵적인 ‘집단사고’가 형성된 듯하다.
가뜩이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20대는 부글부글 끓는다. 인터넷 게시판마다 “저는 못 배운 20대 남성입니다. 멍멍 꿀꿀” “투표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같은 댓글로 도배돼 있다. 20대는 반공교육 때문에 종북을 혐오하는 게 아니다. 자라면서 봐온 북한의 현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청년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청년실업, 젠더 갈등,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도 모자라 정부가 자꾸 기름을 붓고 있어서다. 여성가족부의 ‘걸그룹 외모 간섭’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불법 음란·도박 등 약 900개 사이트 접속을 막은 ‘보안접속(https) 차단’ 사태가 인터넷 검열 논란으로 번진 게 심상치 않다.
배고픈 것보다 연결이 끊기는 걸 더 두려워하는 게 요즘 세대다. 수십 건의 청와대 청원에다 시위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부인해도 ‘내 관심사와 일거수일투족을 국가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공포로 와닿은 탓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39%→32%)뿐 아니라 20대 여성 지지율이 13%포인트(63%→50%)나 떨어진 것도 그 여파로 해석된다.
20대를 잘못 읽으면 대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야권에선 호재를 만난 듯 ‘꼰대 망언’이라고 비난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다. 청년들 눈에는 죄다 ‘남 탓하고 설교하는 꼰대’로 비치는 점에서 오십보백보다.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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