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油價 하락 압력 높일 NOPEC…에너지정책 키워드는 '국익'
올 들어 세계 에너지 지정학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미국이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2018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200만 배럴, 천연가스는 하루 1000억 입방피트를 넘었다. 지난 10여 년간 증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세계 에너지시장을 지배해온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수출국들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이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여타 10개 산유국이 새로운 석유카르텔인 속칭 ‘OPEC+’ 결성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공식 출범한 것은 아니다. 현재 공급과잉인 세계 석유·가스시장 여건 때문이다.

경제 구조 변화에 따라 금세기 들어 에너지 수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중심으로 정체 내지 감소 추세에 있다. 여기에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최근 세계 경제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금융 긴축,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 경제 환경은 단기간 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여건 아래에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브렌트유 평균가격을 작년 대비 10달러 정도 떨어진 배럴당 61달러, 2020년에는 65달러 수준으로 예측했다. 또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을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내다봤다.

세계 에너지시장 주도권을 장악한 미국은 이제 담합을 통해 석유시장 왜곡을 조장해온 OPEC의 카르텔 활동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풍부한 셰일오일 생산기술 혁신이 세계 석유·가스시장 구조를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상 돼야 경쟁력이 있다던 셰일은 이제 40달러 이하에서도 막강한 경쟁력을 보인다. 이는 2015~2016년 OPEC의 고의적 저유가정책(배럴당 30달러 수준)이 실패로 끝난 배경이기도 하다.
[뉴스의 맥] 油價 하락 압력 높일 NOPEC…에너지정책 키워드는 '국익'
에너지 부문 국수주의 확산 우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OPEC 담합 참여 국가의 미국 내 자산을 몰수하고 관련자를 제재할 수 있는 석유생산자담합금지법(NOPEC: No Oil Producing and Exporting Cartels Act 2019)을 최근 통과시켰다. 과거 비슷한 법안들은 무산됐는데 이번에는 하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법안은 당연히 OPEC 등 산유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OPEC 국가들이 주권 침해로 간주할 수 있어 새로운 ‘석유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보다 더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대변되는 국수주의(nationalism) 기조가 에너지 부문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당초 순수한 애국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 우선주의는 이제 ‘국가 이기주의’로 진화해 인류공영, 인도주의와 충돌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난민 문제,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에 장애가 되고 있다. 국경 없는 상품으로서 세계화의 징표였던 에너지시장에도 국수주의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최근 2년여간 급격한 구조 변화를 겪었다. 원전 안전문제에서 시작된 탈핵(脫核)운동이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탈(脫)원전 정책으로 공식화됐다. 여기에다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석탄발전 감축 전략이 추가됐다.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주종에너지로 간주되고, 최근엔 ‘수소경제’가 보강됐다.

이렇게 급격한 에너지 정책 구조의 변화는 에너지시장 전망과 파생수요 추적 등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도외시한 결과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정책 목표를 종래의 안정 공급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지원으로, 에너지 안보를 고려한 폐쇄형 에너지 시스템을 대외 개방형으로, 그리고 정부 주도 시장 운영을 민간 주도로 단숨에 변경했다. 에너지의 주된 역할을 민생 기반 조성에서 4차 산업혁명과 고용 확대 선도 역할로 변경할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이런 급격한 정책 기조 변화는 대규모 장기투자가 요구되는 에너지시스템 특성을 감안할 때 많은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 투자자들에게 큰 매몰비용을 강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반발에 즈음한 정부의 신규 정책 강행 의지 역시 관료주의와 결합해 ‘정책의 이념화’로 진전되기 쉽다. 그렇지만 정부와 여타 경제주체들 간 논란은 결국 ‘정부실패’로 간주되기 마련이다.

물론 정부는 지속가능 성장 논리를 앞세워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 전환은 범세계적 추세이며 다소 급격하더라도 국민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련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에너지 정책 전환으로 인해 2030년까지 1500조원대 국민 부담이 추가될 수도 있다. 특히 다음 정부가 들어서는 2023년 이후 거대한 정책 실패 가능성을 경고한다. 관변 조직의 전문 능력 부족과 이념 과잉의 후유증 탓이다.

전문성 갖춰 '이념과잉' 차단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부족한 에너지 정책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이다. 선진시장으로의 변화와 과학적 국민복지 창출 방법론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그 논리는 다음 다섯 가지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①주종 에너지로서 석유·가스의 역할은 연장된다. 석유는 향후 10년쯤, 천연가스는 향후 30년간 역할이 지속될 것이다. 석탄과 원자력의 역할 종식 주장은 아직 시기상조다.

②신재생에너지 활용 여부는 정부 보조금보다 기술 혁신과 순수 가격경쟁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주요국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점차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③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각국이 이기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서 기대보다는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환경이 경제성 및 국익 논리를 압도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④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최신 에너지 예측은 △총수요 증가의 지속 △세계화 퇴조와 각국별 에너지 안보 중시로 요약된다. ⑤에너지 청정화는 지속되겠지만 추진 방법과 속도에 대한 논란도 지속될 것이다.

상생형 에너지 정책 수립해야

결국 세계 각국은 앞으로 20년쯤 기존 에너지원을 경제적으로 활용해 성장을 극대화할 것이며 에너지 국수주의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연계 과정의 결함에서 초래되는 것이지만 적어도 단·중기 차원의 국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약한 국수주의’ 수용이 불가피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우선 에너지 정책 목표를 국민부담 경감과 성장잠재력 축적에 집중해야 한다. 완전히 좋은 에너지도, 나쁜 에너지도 없다는 장기 상생(相生)형 에너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간 비교우위 판정은 기술 혁신 결과에 따라 추후 결정되도록 유예해야 한다.

‘탈(脫)진실(post truth)’ 시대의 특성을 활용한 정치적 ‘포퓰리즘’의 에너지 부문 개입을 적극 차단해야 한다. 민생 필수공익재란 시장 특성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인력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대폭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한 에너지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 실패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에너지는 민생복지의 기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