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조업 혁신, 기본부터 다져야
얼마 전 산업혁신운동 성과보고대회에서 반도체 장비 부품을 가공하는 D사의 혁신성과 보고가 있었다. D사 최고경영자(CEO)는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소중한 기회니 외부 전문가에게서 하나라도 더 배우자”는 적극적인 자세로 직원들의 혁신활동을 이끌어냈다. 직원, 컨설턴트가 참여하는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전사적인 의사소통도 강화했다.

기본적인 작업장 환경 개선부터 나섰다. 먼지가 쌓인 제조라인 위로 어지럽게 널려 있던 공구를 정위치에 정돈했다. 이동 통로도 정리해 작업자의 이동을 편하게 했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배기장치 설치, 방독마스크 착용, 안전·보건교육 시행, 안전·보건 관리규정 작성 등 안전에 관한 시스템을 마련해나갔다.

이런 기본적인 활동만으로도 결과는 놀라웠다. 생산성 향상을 금액으로 환산한 재무적 효과는 연간 8300만원에 달했다. D사뿐만 아니라 산업혁신운동 참여 중소기업은 경쟁력 강화 효과와 함께 신규 투자,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도 거뒀다. 직원들의 혁신 의지가 높아지는 등 무형자산을 확보했다는 점도 큰 소득이었다.

산업혁신운동중앙추진본부 조사에 따르면 참여 중소기업의 98%가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 10% 이상 생산성이 향상된 기업도 60%를 넘었다. 참여 기업의 매출 증가율과 영업이익률도 중소 제조업 평균에 비해 높은 사례가 많다.

제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독일은 2010년부터 제조업 선진화를 목표로 하는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15년 3월엔 중국이 제조업 발전 전략을 담은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한국도 경쟁의 예외는 아니다.

결국 제조업 생태계 간 경쟁이다. 핵심은 어느 국가가 더 나은 제조업 생태계를 조성하느냐다. 조지프 슘페터도 국민경제가 성장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생산요소를 결합해 ‘창조적 파괴’가 수없이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생태계의 뿌리엔 중소기업이 있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많을수록 건강한 제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현실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중소기업 경쟁력은 63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은 2013년부터 ‘산업혁신운동’을 추진해왔다. 대기업, 중견기업, 공기업 등이 참여해 중소기업의 생산혁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소기업 작업현장을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에 소요되는 설비 구입을 지원한다. 분야별 전문가와 컨설턴트들이 중소기업에 제조 노하우와 선진 기술을 전수한다. 지금까지 총 1만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건강한 생태계는 하루아침에 조성되지 않는다. 업계 전반이 나서서 오래 품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중소업체들은 자발적인 경쟁력 강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끼리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 대기업은 1차 협력사를 넘어 2·3차 중소 협력사와 상생협력을 이뤄내야 한다.

제조업계 전반이 다른 업종과 융합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정부도 산업혁신운동과 같은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 활동을 뒷받침해야 한다. 제조업은 다가올 몇 년간 기술 발전 면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조업 생태계를 이뤄 이런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