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고전 중인 한국 자동차업계가 미국의 수입자동차 ‘관세폭탄’ 결정이 임박해 비상이 걸렸다.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차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담은 조사보고서를 곧 백악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0일 안에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고 25% 관세 부과 또는 수입제한 조치를 내리게 된다.

관건은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의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미 정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관세 면제와 관련해 확답을 받은 건 없다. “미국은 한국을 성공적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타결국가로 평가하고 있으며, 따라서 고율 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기대다. 하지만 근거가 충분치 않은 낙관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포함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자동차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해 402만 대를 생산해 81만 대를 미국에 수출했지만,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대미수출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모든 수입차에 동일하게 관세가 부과돼도 가격경쟁력에서 미국산에 밀릴 수밖에 없다. 자동차와 부품업계는 물론 해당 사업장이 몰려 있는 부산 울산 인천 창원 등의 지역경제에까지 충격이 미칠 것이다. 일자리가 수십만 개 날아갈 수도 있는 위기다.

가뜩이나 생산·내수·수출 감소에다 노무리스크, 통상임금 판결 등 사면초가에 빠진 자동차업계로선 이보다 더한 악재가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관세폭탄 저지는 통상당국과 자동차업계만의 몫일 수 없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기필코 관세면제를 받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양국 대통령 간 핫라인을 가동하고, 범정부적 총력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지금 발등의 불은 북핵보다 관세폭탄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독일, 일본 등이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상외교력이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