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취재수첩] '무용론' 나오는 국회 윤리특위

“다음주인 18일 정도에 공식 회의 일정을 잡을 것 같습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한 관계자는 14일 기자와 만나 ‘5·18 망언’ 논란에 휩싸인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를 언제부터 시작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심해 이들을 반드시 국회 밖으로 내보내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윤리특위에 징계요구안을 제출한 지 엿새가 지나서야 겨우 첫발을 뗀다는 얘기다.

윤리특위는 의원의 자격 및 윤리심사·징계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상임위다. 의원들의 비위 행위가 적발되고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제일 먼저 다룬다. 하지만 윤리특위가 이들에게 의원직 박탈과 같은 중징계 의견을 내릴 것으로 보는 견해는 정치권 내에서 극소수다.

윤리특위가 구성된 1991년 후 지난 19대 국회까지 의원 징계요구안은 232건이 제출됐다. 이 가운데 국회 4년 임기가 끝나면서 146건(63%)이 자동 폐기됐다. 절반 이상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묻힌 것이다.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4건에 불과했다.

3년차에 접어든 20대 국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26건의 징계요구안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3건은 심사 결과 ‘철회’로 결정났고 나머지는 아직도 ‘계류 중’이다. 사건을 묶어놓고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윤리특위 회의는 여덟 차례 열렸고 이 중 징계안을 직접 안건으로 다룬 회의는 한 번뿐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의원 제명안을 윤리특위에서 통과시킨다 해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의원 제명은 헌법상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한다. 정당별 의석 구조상 더불어민주당 또는 한국당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부결된다.

박명재 윤리특위 위원장은 “존재감과 기능을 회복시켜 제대로 하자는 게 특위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리특위의 숱한 ‘솜방망이 처벌’은 소속 위원들이 같은 동료 의원이어서 생기는 온정주의가 발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학자는 “윤리특위를 같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외부 인사에게 맡겨 엄격하게 심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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