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 논설위원
[천자 칼럼] 튀르크와 터키, 위구르

유라시아 초원을 통일했던 첫 유목민족 흉노의 후예, 실크로드 교역을 좌지우지했던 중앙아시아의 맹주, 찬란한 근세 이슬람 문명을 이끈 셀주크·오스만 튀르크의 주인공….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단어 ‘튀르크(Turk)’는 유라시아를 주름잡던튀르크계 종족을 통칭하는 단어다.

튀르크계가 거주하는 지역은 아나톨리아 반도의 터키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스탄(땅) 5개국’,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등이다. 이들의 언어는 같은 알타이어 계통이어서 비슷한 점이 많다. 종교도 이슬람 수니파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튀르크는 우리 민족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우리나라 고대사에 등장하는 ‘돌궐(突厥)’이 튀르크의 음을 딴 한자어다. 고구려는 돌궐과 손잡고 중국 수·당을 견제했고, 발해는 건국 당시 거셌던 당의 압박을 돌궐과의 동맹으로 이겨냈다.

돌궐은 8세기 말 내분과 당의 공격으로 멸망했지만, 사방으로 흩어진 돌궐 유민들은 튀르크 황금기를 열었다. 서아시아, 유럽 일부 지역까지 진출해 오스만 제국 등 16개 제국과 100여 개 소국가를 건설했다. 우리나라와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튀르크의 맏형’을 자처하는 오스만 제국의 후예 터키는 1950년 6·25전쟁 때 유엔군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2만2006명을 파병했다.

터키는 옛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튀르크계 국가 연대’ 주도에 열성적이다. 2009년 튀르크계 언어 사용 국가 협력위원회를 창설했다. 최근에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벌어지는 튀르크계 무슬림(위구르족) 탄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터키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중국이 지금까지 100만 명이 넘는 위구르인을 강제수용소에 가둬 고문과 세뇌로 동화(同化)교육을 벌이고 있다”며 강제 수용소 폐쇄를 요구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지중해와 인도, 러시아, 중국을 연결하는 전략적 통로다. 면적이 166만㎢로 중국 전체 영토의 17%에 이르는 데다 석유,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위구르인들은 1949년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이곳이 점령된 이후 끊임없이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대대적인 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교한 감시카메라와 검문,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주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일부 서방국가들만이 중국의 반(反)인권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상당수 국가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위구르의 비극’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터키의 거듭된 위구르족 탄압중지 요구가 범튀르크계와 이슬람 국가들의 단합된 목소리를 이끌어 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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