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가장 강력한 미래 에너지
규모의 경제로 수소차 경쟁력 높여
수소경제의 퍼스트 무버 됐으면"

정만기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
[시론] 지속가능사회 위해 '수소경제' 앞당겨야

최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전기자동차(수소차)를 현재 1000여 대에서 2022년엔 8만1000대로 늘려 보급하고, 충전소도 현재 14곳에서 2022년엔 310곳으로 확대하는 등 수소 모빌리티 산업을 진흥하고 수소 연료전지 보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수소의 대량 생산, 저장, 운송 등 산업생태계 발전을 위해 수소 액체화 및 고체화 등의 기술개발과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수소 파이프라인 확대, 운반 선박 개발, 해외 생산 및 인수기지 건설 같은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기준 마련 등도 추진한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후변화는 물론 언젠가는 고갈될 화석연료 사정을 감안할 때 지속가능한 에너지 환경의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됐다.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기존 대응 수단만으로는 안전성과 우리의 신재생 에너지자원 부족 문제를 고려한다면 해결이 쉽지 않다.

수소는 강력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초기에는 부생수소나 추출수소를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인 ‘수전해(水電解)’로 수소를 지속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막지역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인근의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든 후 이를 액화 혹은 고체화해 대량으로 들여와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는 쓸모없는 사막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 수전해 효율성 개선, 액화나 고체화 기술 향상, 수소운송용 선박 개발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소경제는 미래의 강력한 성장 동력 중 하나가 될 전망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에너지와 수송 관련 다국적 기업으로 구성된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30년께 한국, 일본, 독일,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12대 중 1대는 수소차가 될 전망이다. 2050년께엔 전체 승용차 중 25%, 전체 트럭과 버스 중 30%, 디젤 기차 중 20%가 수소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등 수소경제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특히 수소차는 현안이다. 한국의 현대, 일본의 도요타, 혼다가 상용화에 성공했고, 독일의 다임러벤츠도 지난해 생산대열에 합류했다.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 수소차는 충전시간이 3분여에 불과하고,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600㎞에 이르는 점이 장점이다. 높은 에너지밀도 덕분에 화물차나 버스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장거리용 자동차에도 적합하다. 가솔린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연료전지 스택’에 들어가는 백금 사용량을 줄이는 등 기술혁신으로 대당 가격이 초기 1억원 수준에서 6000만~8000만원 수준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향후 규모의 경제만 갖춘다면 기존 가솔린차 대비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약 50만 대 생산 규모가 분기점이라고 보고 있다. 충전소도 짧은 충전시간과 긴 주행거리 덕분에 사회적 구축비용이 전기차 대비 크지 않다. 독일 H2모빌리티(H2Mobility)의 분석(2017년 10월)에 의하면 차량보급대수가 100만 대 수준까지는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사회적 구축비용이 수소충전인프라보다 적지만, 100만 대 이후부터는 이 관계가 역전된다.

각국 정부는 이미 수소경제 실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수소차를 전기차와 동등한 친환경차로 인식하고 동등한 지원책을 추진해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개발했지만, 수소차는 차별적 대우를 받아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소차시장이 먼저 열린 이유다. 이런 면에서 정부의 로드맵 마련은 늦은 감이 있으나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미래의 친환경차 분야뿐만 아니라 수소경제에서도 우리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치고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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