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주총회 의결정족수(발행 주식 총수의 25%)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017년 12월 ‘섀도보팅(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도 참석 주주들의 찬반 비율대로 투표한 것으로 간주)’제도가 대안 없이 폐지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워져서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보통결의 요건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사가 271곳에 이른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주총대란’이 반복되는 데는 정부와 정치권 책임이 크다. ‘섀도보팅 폐지 날벼락’을 내릴 때부터 의결정족수 미달 사태가 오리라고 충분히 예상됐지만, 손을 놓다시피 했다. 지난해 주총 의결 요건을 발행 주식 총수의 25%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기도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섀도보팅을 폐지한 취지는 대주주의 독단을 막고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주총에 참석할 유인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율은 매년 주식 수 대비 1~2%대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의결정족수 요건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독일 등은 참석한 주주 수와 관계없이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영국은 두 명 이상만 참석하면 된다. 대주주에게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직원들이 본업은 제쳐 두고 주총 개최를 위해 주주들을 모으러 다니는 데 시간을 허비하게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