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공모펀드에 압승한 홍용찬 유안타증권 MEGA센터잠실 프라이빗뱅커(PB)



홍용찬 유안타증권 MEGA센터잠실 프라이빗뱅커(PB)는 퀀트전략을 통해 기록적인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계좌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수익률 162.61%를 기록했다.

홍 PB는 "이는 27%의 연평균 복리수익률을 의미한다"며 "고객 계좌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해 고객 수익률 계좌도 이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퀀트전략은 오로지 숫자에만 기반해 투자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따져 숫자로만 편입할 종목을 결정한다.

퀀트전략을 통해 지난해 코스피시장의 급락에도 선방할 수 있었다. 그가 운용하는 랩어카운트 수익률은 지난해 4.62%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한 해 동안 17.68% 급락한 상황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심지어 국내 900여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코도 납작하게 눌렸다. 그가 거둔 랩어카운트 수익률은 국내 전체 주식형 공모펀드 수익률 -18.58%(에프앤가이드 기준)보다 23%포인트나 더 높았다. 그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워런 버핏 같은 안목이 없다면 퀀트 투자를 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경희대 재학 당시 주식투자 동아리 활동을 하던 그는 졸업 이후에도 주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2006년 유안타증권(당시 동양증권)에 입사했다.
[투자 썰쩐] (8) "연평균 27% 수익률 대박 비결은…" 주식 고수의 조언
퀀트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된 것은 2013년이었다. 그는 2010년 코스피 종목 하나에 투자했다. 열심히 분석한 저평가종목이었는데 이 종목으로 2년간 30%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상승률인 7.60%보다 높았다.

그러나 자신이 열심히 분석한 종목보다 가치지표가 비슷했던 다른 종목의 수익률이 더 좋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퀀트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투자했던 종목과 비슷한 가치지표를 가지고 있었던 종목의 수익률을 따져봤습니다. 그런데 투자하지 않았던 종목들이 오히려 더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전 열심히 종목을 찾았던 건데 단순히 숫자로 종목을 찾은 것 보다 못했던 셈이죠. 저의 주관적인 종목선택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그는 가치지표를 활용하는 퀀트투자자가 됐다. 다양한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수익률 통계를 내기 시작했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현금흐름비율(PCR),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매출비율(PSR) 등을 활용한 기준을 세워 종목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중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PBR이다.

그의 퀀트전략은 모든 종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매수한다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투자금이 1억원이라면 40종목을 매수해 하나의 종목당 250만원어치를 산다.

"상당히 무식해보이는 방법이지만 수익률은 괜찮습니다. 250만원씩 종목을 사들인 후 시간이 지나면 종목을 정기적으로 교체해줍니다. 만약 6개월이 흘렀다면 250만원으로 산 종목 중 하나는 2배 이상 올라가면서 500만원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종목은 250만원 투자해서 반토막이 나서 125만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선정한 종목들이 뒤죽박죽이 돼 있을텐데 많이 올랐던 종목은 팔고 많이 떨어진 종목은 추가로 사면서 정기적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게 특징입니다."

자신의 계좌 자금도 고객 계좌와 동일한 퀀트전략을 쓰고 있다. 퀀트방식으로 운용하는 개인계좌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수익률 162.61%를 기록했다.

그는 "이는 27%의 연평균 복리수익률을 의미한다"며 "개인 계좌도 동일한 퀀트전략을 쓰지만 비중이나 종목을 교체해야 할 시기엔 고객계좌를 먼저 담고, 제 계좌는 나중에 바꾼다"고 말했다.
[투자 썰쩐] (8) "연평균 27% 수익률 대박 비결은…" 주식 고수의 조언
홍 PB가 생각하는 퀀트전략의 장점은 주관적 판단능력, 즉 선천적 안목이 없는 사람이 실수없이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이다. 선천적 안목이 없는 투자자들은 주관적 판단을 배제했을 때 오히려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식투자자를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선천적 안목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이용해 투자하는 사람, 두번째는 선천적 안목이 없으며 이를 깨닫고 주관적 판단을 배제해서 투자하는 사람, 세번째는 선천적 안목이 없는 데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선천적 안목이 없으며 이를 인지하는 사람입니다. 선천적 안목으로 투자하는 첫번째 사람만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두번째에 해당하는 사람도 돈을 벌 수 있는데요. 세번째와 네번째에 해당하는 사람도 현실을 즉시하고 두번째처럼 투자하면 괜찮은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본인이 선천적 투자자인지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투자전략을 통계적으로 검증해 보라고 조언했다.

"한 번 자기가 주관적 판단으로 고른 종목과 정량적 판단으로 선택한 종목을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량적으로 찾은 종목은 투자를 안 하고 리스트만 갖고 있어도 됩니다. 주관적 판단으로 고른 종목이 좋았는 지 정량적 판단의 수익률이 더 나았는 지 1~2년 후에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해서 내가 직접 선택한 종목의 수익이 좋았다면 선천적 안목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전략을 통계적으로 검증해 볼 것을 당부했다.

"누군가 작년에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이 올해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얘기한다면 바로 그 말을 믿지 말고, 실제로 통계적으로 검증해 보는 것입니다. 통계를 내보면 정말 뜻밖의 결과가 나옵니다. 이렇게 하나씩 해보면서 자신의 투자전략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최근 그는 그간 상품을 운용하면서 통계 낸 자료를 모은 '실전 퀀트투자'라는 책도 냈다. 책에서도 선천적 능력이 없는 투자자들은 퀀트투자에 도전해 볼 것을 조언했다. 그는 "워렌 버핏이 코카콜라가 저평가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 그의 안목이 큰 역할을 했지만 필자는 워런 버핏의 안목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서 "선천적 능력이 없는 투자자라면,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높은 확률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퀀트투자"라고 강조했다.

책에서는 사람들의 통념에서 벗어난 결과를 확인했다. 보통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들이 주식투자 수익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적자난 기업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률이 낮을수록 수익이 더 높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전년도에 영업이익률이 낮았던 회사가 오히려 수익이 더 높았습니다. 영업이익률 30% 기업과 1% 기업을 비교하면 후자가 수익이 더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년도 영업이익률이 높았던 회사는 TV나 언론 등을 통해서 해당 업종이 많이 집중됐을 것이고, 투자자들도 관심을 두면서 해당 기업은 상대적으로 고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률이 낮았던 회사는 자기가 받아야 할 적정가치보다 더 낮은 가격에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저평가된 종목을 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홍 PB는 퀀트투자자의 필수 덕목으로 '인내심'을 꼽았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정한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시장이 급락에도 수익을 냈던 것은 제가 뛰어난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가치지표를 활용한 퀀트전략이 좋았던 해였습니다. 물론 2018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좋을 것입니다. 퀀트투자는 시장 급변에도 계속 투자기법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퀀트투자에선 손이 느린 게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퀀트투자는 매일, 매달, 매년 수익을 내주는 방법이 아닙니다. 1~2년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포기할 투자자라면 처음부터 퀀트투자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글 =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영상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