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中 성장률 끌어내리는 국진민퇴형 경제
중국의 ‘G2(주요 2개국)급’ 국력은 대도시 도심에서 금세 실감할 수 있다. 베이징의 중심상업지구(CBD) 스카이라인은 서울 도심보다 10개 층 정도 높은 위치에서 숲을 이루고 있는 데다 성냥갑 같은 판에 박힌 디자인에서 벗어나 제각기 웅장하고도 특색있는 외관을 자랑한다. 건축 디자인에 문외한이더라도 성냥갑 외관의 건물이 최대의 활동 공간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형태라는 점은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자랑하는 도심의 개성은 사무·주거공간의 최대치를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용적률 무시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임대 수입보다 건조물의 위용과 도시 미관을 더 따지는 이 ‘담대한’ 건물주들은 누구일까. 대개 국가예산이나 정부기금, 부담금, 사회보험료 등 준조세를 먹고 사는 정부 부처나 산하 유관기관, 국유기업이다. 자금 여유가 많다고밖에 볼 수 없다.

중국 내 저명한 진보 경제학자가 내놓은 추계에 따르면 중국의 조세부담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이전에 비해 두 배로 올라갔다. 2017년엔 국내총생산(GDP)의 52%까지 치솟았다. 조세의 대표 격인 일반재정예산수입만 따져도 1997년 GDP의 12%에 불과했으나 20년 만에 25%에 이르러 두 배로 불었다.

물론 많이 걷는 만큼 재정부의 감세 조치도 연례행사가 됐다. 증치세(중국의 부가가치세) 세율을 탄력적으로 내리고, 개인소득세 면세점을 높이는 식이다. 최근 두 해 감세 규모만도 2조3000억위안에 달했다. 하지만 세원이 넓어지고 조세행정의 효율이 올라가면서 지난해에도 당초 계획보다 수입이 늘어났다.

급기야 조세 부담이 지나쳐 이미 민영 제조업의 이윤공간이 사라졌다는 주장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부양으로 매출이 늘더라도 현 분배구조에서는 이윤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워 제조업 투자의욕이 살아나지 못하고, 이것이 성장률 하강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경기부양 규모는 2008~2010년의 4조위안 수준에 뒤지지 않는데도 투자 부진이 심각하다. 이런 진단이 맞는다면 중국 경제의 최근 부진은 ‘국진민퇴(國進民退)형’ 분배구조의 문제로 대증적인 경기대책으로는 하강 추이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재정수입은 원론적으로 공공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다. 이 서비스는 태생적으로 독과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민주사회라면 유권자가 의회를 통해 그 대가의 규모와 수준(세율)을 결정하기 마련이다. 중국의 조세 부담이 10년 새 두 배로 늘어난 것은 분립돼야 할 삼권(三權) 위에 공산당이 있어 이런 견제장치가 무력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에서 재정지출은 정부부문이 가장 확실하게 경제권력을 관철시키는 수단이다. 덜 거둬들이는 쪽보다 많이 거둬 국가 경제와 인민 복지를 위해 그만큼 많이 쓰는 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중국 거시경제의 최근 하강국면은 예사롭지 않다. 2017년부터 본격화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기조 속에서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투자·소비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디레버리징 기조를 끝내고 대대적인 경기진작으로 돌아선다면, 아울러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해소된다면 다시 상승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애플 최고경영자는 실적 악화의 구실을 ‘중국 경제의 하강기미’에서 찾았다가 중국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와 언론 매체도 “하필 미국 탓에” 경기부진이 심해졌다고 불만이다. 애플과 중국의 남 탓이 올바른 판단이었는지는 조만간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