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 농식품의 '박항서 매직'을 기대한다
월드컵은 단일종목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유일한 대회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이 대표적이다. 17년이 지난 현재, 베트남 국민도 축구가 주는 감동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U-23 대회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등 이전까지 베트남 축구가 겪어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더니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아시안컵 8강이란 성적도 올렸다. 과거 한국처럼 베트남도 거리응원을 펼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공통점은 또 있다. 한국 대표팀 뒤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었다면 베트남 대표팀 뒤에는 박항서 감독이라는 ‘명장’이 있다. 우리가 히딩크 감독에 열광했던 이상으로 박 감독의 인기는 엄청나다. 수많은 사람이 박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고 그의 사진을 흔든다.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흔드는 모습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작년 6월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 K푸드 페어’ 개막행사에 박 감독과 함께 참석한 적이 있다. 박 감독은 한국 농식품 홍보대사 자격으로 왔는데,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박 감독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인근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이틀간 20만 명 넘게 행사장을 찾았고 수출상담도 활발해 당초 상담 목표액을 20% 이상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

베트남에서는 나지 않는 배, 딸기, 포도 등 한국산 신선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았다. 생소하고 낯선 과일이지만 ‘한국산’이라는 말에 호감을 나타내는 하노이 시민들을 보며 박 감독의 인기와 홍보대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신선농산물뿐만 아니라 박 감독과 함께 홍보했던 인삼 제품, 라면, 음료 등 한국산 가공식품도 베트남 국민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 박 감독 덕분에 베트남에서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가치는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박 감독과 몇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받은 느낌은 매우 솔직하고 소탈하며 수평적 리더십을 지녔다는 것이었다.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지친 선수들을 한 명씩 끌어안아 다독이고, 선수들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주며, 부상 선수에게 비즈니스석을 양보하는 ‘파파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박항서 매직’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그는 마법처럼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변화시켰고 베트남 국민을 하나로 화합하게 했다. 박항서 매직은 그가 이룬 성과 때문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철학과 소신, 따뜻한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년 2월 한국 농식품 홍보대사에 임명된 박 감독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 농식품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 2018년 우리 농식품의 베트남 수출은 5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베트남이라는 거대 수출시장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많은 이의 노력이 있었지만 홍보대사 박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농식품 수출에 불어온 박항서 매직은 이제 시작이다. 베트남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식품시장은 잠재력이 매우 크다. 젊은 층 인구 비율이 높아 새로운 외국 식품에 대한 호기심이 높고, 한국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식문화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올해도 박항서 매직이 베트남 축구와 한국 농식품 수출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