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시정(市政)이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해당 구역 시행사와 토지주들은 13년째 추진 중인 사업이 갑자기 중단되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인허가를 받아 사업 막바지 단계인 철거 및 토지보상 작업을 벌이던 사업이 박 시장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멈춰서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10년 넘게 자금과 인력을 투입한 재개발 사업 내용이 갑자기 바뀐다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세운구역 재개발사업이 이렇게 주먹구구였다니 믿기지 않는다. 평소 ‘보존형 도시재생’을 강조하던 박 시장이 이미 오래전에 불거졌던 노포 보존 문제를 왜 이제서야 문제 삼는지도 궁금하다.
안 그래도 박 시장의 시정(市政)이 “진중하지 못하다”는 논란을 일으켜 온 터다. 박 시장은 며칠 전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광장 바깥으로 옮기고 ‘촛불’ 이미지를 새기겠다는 내용의 ‘광화문 광장 재조성 계획’을 밝혔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에는 ‘용산·여의도 통개발계획’을 내놨다가 한 달여 만에 보류했다.
박 시장은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 추진 과정에서도 논란을 빚었다. “제가 해서 안 된 일이 거의 없다”며 “제로페이 성공 여부에 내기를 걸어도 좋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가맹률이 8%(23일 현재, 서울시 집계)에 불과한 ‘제로페이’를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지만, 정책을 두고 내기를 운운하는 건 시정 책임자의 농담이라기에는 지나쳐 보인다.
수도 서울은 ‘중앙정부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그런 점에서 서울 도시정책 등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백년대계가 돼야 한다. 제대로 숙성이 안 된 정책이 남발되고, 주요 정책이 시장 한마디에 뒤집혀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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