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정부의 경제활력대책회의는 ‘세금주도 성장’으로도 2%대에 머문 지난해 경제성장률 발표에 바로 뒤이은 것이어서 관심이 더 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이 회의는 유휴 국유지 개발, 공공주택 및 창업·벤처타운 건설,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상반기 조기집행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급등한 최저임금 등으로 인한 위기 징후에 대처하려는 고심(苦心)이 엿보였다.

그런데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는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라는 행사가 열렸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 경제정책회의는 논의 내용이 완전히 딴판이었다. 국민연금 동원 경영간섭,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운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 등 ‘공정경제 정책과제’를 집중 논의했다. 홍 부총리를 비롯해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금융위원장, 경제수석 등은 오전에 ‘경제활력’을 다짐했다가 오후에는 ‘공정경제’를 다잡기 위해 우르르 청와대로 달려갔다.

경제·산업계는 이를 어떻게 볼까. “어느 쪽이 이 정부의 진짜 지향점이며, 진정 무게를 둔 정책은 무엇인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까. 설령 공정경제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정권의 가치’이고 공약이어도 정책이라면 상황에 따라 완급, 선후, 경중, 강약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어떤 지표로 봐도 위기 조짐이 선명한 불황국면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면 억지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식의 거창한 대책회의에 앞서 ‘정책의 리스크’부터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정책도, 행정도 방향이 분명하지 않거나 예측이 어려운 것보다 더 큰 리스크가 무엇이겠는가.

하나씩 놓고 보면 용인할 만하거나 심지어 그럴듯해 보여도 짜맞춰 보거나 큰 틀에서 보면 괴물이 되는 게 이 정부 들어 많아졌다. 일종의 ‘구성의 오류’다. 친(親)노조 정책을 남발하면서 노동개혁은 도외시해 고용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킨 것부터가 그렇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경제의 큰 그림을 놓친 경우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 비명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파산신청 기업은 역대 최대 수준이 됐다. 설사 경제의 체질을 다소 바꾸고 싶더라도 일단 살려놓고 정상화를 해둬야 수술이든 약물요법이든 먹힐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