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취재수첩] 불법체류 급증에 엉터리 설명한 법무부

지난해 한국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불체자)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35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며 주요 원인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꼽힌다고 본지가 22일자에 단독 보도했다.

그러자 주무부서인 법무부는 “지난해에는 평창올림픽 개최 등으로 외국인 입국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불체자 급증 배경을 최저임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설명을 내놨다. 지난해 2월 열린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60일짜리 관광비자를 이용해 입국한 외국인이 불체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를 놓고 보면 법무부 해명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올림픽으로 입국했다가 60일이 지나도 출국하지 않아 불체자가 된 사례는 주로 2~4월에 발생했다. 지난해 새로 불체자로 분류된 인원은 2월에 1만5864명이었고, 3월과 4월에는 각각 2만4395명과 2만3799명이었다. 2~4월분과 월평균(1만6300여 명)을 비교해 보면 올림픽 기간에 입국해 불체자가 된 추가 인원은 많이 잡아야 2만여 명,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불체자는 올림픽과 관계없는 달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은 12월을 제외하고 새로 발생한 불체자 수가 1만 건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모든 월이 1만 건을 넘겼다. 올림픽 이외의 다른 요인이 불체자 수를 끌어올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산업현장과 학계에서는 한목소리로 그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한 국가의 급격한 임금 상승은 다른 국가의 인력을 유인한다는 게 다수 경제학자들의 설명이다. 상식적으로 놓고 봐도 그렇다. 태국 등에서는 브로커들이 자국에서 8개월 넘게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한국에선 한 달에 받을 수 있다며 대놓고 불체자를 모집한다는 사실도 이를 반영한다.

아무리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법무부가 “최저임금이 원인은 아니다”며 평창올림픽을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한류로 인해 여행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동문서답형이다. 당장 불체자 수를 줄여야 하는 법무부가 다른 핑계로 엉뚱한 대책을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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