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표적조사' 논란 금감원 종합검사
“종합검사가 금융회사들에 공포의 대상이라고요? 지난해에도 7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시범 시행했는데 문제된 건 전혀 없었습니다.” 최근 만난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다. 이 관계자는 종합검사가 금융사에 대한 ‘표적 조사’가 될 수 있다는 금융권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했다.

종합검사는 수십 명의 금감원 인력을 투입해 금융사의 경영 상태와 법규 준수 여부를 샅샅이 조사하는 방식의 검사다. 금융사들의 수검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 폐지됐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7월 부활을 선언했다. 이달 말까지 대상을 확정한 후 오는 3월부터 종합검사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금감원 설명과 달리 금융권에선 어떤 금융사가 첫 타깃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즉시연금 지급 여부를 놓고 갈등을 벌인 삼성생명이 될 것이라는 후문이 금감원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도 종합검사가 보복성·저인망식 검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대상 금융사 명단도 사전 통보하라고 요구했다. 야당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도 종합검사 방식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종합검사가 필요하다는 윤 원장의 설명도 분명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보복성 검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건 또 다른 얘기다. 금융위 지적대로 보복성 검사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명확한 선정 기준과 검사 항목에 대한 합의가 필수다.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강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보복성 검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공청회 등을 통해 선정 기준과 검사 항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어떨까. 금융사들이 미흡한 부분을 사전 정비할 수 있는 자율 규제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종합검사 결과 미흡한 점이 적발된 금융사는 관련 법규에 따라 징계를 내리면 된다. 종합검사를 강행했다가 자칫 윤 원장과 금감원의 본의가 오해받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