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냉전'으로 번진 미·중 5G 충돌
화웨이 장비 보안문제도 같은 맥락
民官 힘 하나로 모아 난관 헤쳐야"

박추환 < 영남대 교수·경제학 >
[분석과 시각] 미·중 5G 패권경쟁 파고 극복하려면

미국과 중국은 올해로 수교 40주년을 맞았지만, 5세대(5G) 이동통신을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新)냉전’으로 찬바람이 일고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 ‘이념 냉전’에 이어, 글로벌 경제패권을 위한 ‘정보기술(IT) 냉전’이 불거진 것이다.

신냉전은 2017년에 발간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5G 경제’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이 보고서는 5G 관련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2035년에 12조3000억달러(약 1경3880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2200만 명 규모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월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는 ‘5G 경쟁’ 보고서에서 5G 준비가 가장 잘된 나라로 중국을 꼽았고, 그 다음이 미국과 한국이라고 적시했다. IHS마킷의 5G 시장 전망에 이어 CTIA의 5G 경쟁력 비교에서 미국이 중국에 밀렸다는 언급이 나오자 곧바로 미국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동통신사들과 ‘5G 서밋’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5G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5G 네트워크 투자를 가능한 한 빨리, 더 많이 투자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 활동을 하겠다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의지를 밝혔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 이면에는 5G 네트워크 구축 및 서비스 상용화가 가져올 경제효과가 있다. 미국은 5G가 300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2750억달러(약310조3375억원)의 민간투자를 유도하고 향후 5000억달러(약 564조2500억원) 규모의 새로운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2017년부터 5G 통신 시장의 왕좌를 목표로 ‘IT굴기’를 추진해왔다. 중국은 2035년까지 5G산업 가치사슬을 통해 9840억달러(약 1110조4440억원)의 경제적 가치와 9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미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4차 산업혁명 부문 시장에서 5G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중 양국이 ‘5G 전면전’을 불사하는 이유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와 ZTE(중싱통신)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정부가 발의한, ZTE 화웨이 등 중국 통신기업들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의회에서 통과됐다. 또 최근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하면서 긴장을 고조시켰다. 화웨이 통신장비의 보안이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 이어 5G 준비가 잘돼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지난달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 제한적인 5G 상용화를 추진했다. 이르면 오는 3월 5G 스마트폰 출시를 기점으로 세계 최초 상용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IHS마킷은 한국이 5G 부문에서 2035년까지 120만 개 일자리와 9억6300만달러(약 1조866억4920만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26년 5G 기기와 장비 부문에서 476조원, 국내 통신서비스 부문에서 94조원의 시장 창출과 57만 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웨이 장비 보안 문제의 불똥이 국내에까지 튄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결국, 화웨이 장비 보안 문제는 5G를 통해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쥐려는 미·중 간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나라는 그 사이에 끼인 처지인 것이다.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과거 선조들이 외세에 맞서 민·관이 힘을 모아 이겨냈듯이 지금도 정부와 기업 모두 힘을 결집해야만 IT 강국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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