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보헤미안 랩소디'가, 그리고 퀸이 해냈다
영국 록밴드 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퀸의 노래처럼, “돈 스톱 미 나우(Don’t Stop Me Now)”라고 외치는 것 같다. 작년 10월 개봉한 작품의 열기가 새해에도 식지 않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저력을 지닌 작품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퀸의 노래를,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고 받은 충격이 어제 일처럼 가시지 않는 사람으로서 영화가 개봉된 주말 곧바로 극장으로 향했다. 서둘러 극장을 찾은 이유는 영화가 얼마 못 가 극장에서 떨어질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반전은 영화가 끝난 직후다. 상영이 끝나고, 영화의 마지막 곡 ‘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이 흐르는 동안 어찌나 눈물이 그치지 않는지 주차장으로 나와 찬바람을 쐬며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함께 영화를 본 회사 동료와 “무조건 500만 명 이상”이라며 흥행 예감에 흥분했다. 극장을 함께 찾은 엄마와 딸의 뒷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두 세대가 함께 퀸을 보다니, 흥행작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가 분명했다.

예상외로 따뜻하고 뭉클한 가족의 정서를 다뤘다는 점도 놀라웠다. 부자 간의 화해, 불치병에 걸린 록스타 같은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퀸의 음악과 결합하면서 발휘한 시너지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퀸을 듣고 자란 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 500만 명 정도는 되겠지 싶었다.

두 번째 반전은 개봉한 지 한 달여가 되는 500만 명 관객 돌파 시점이다. 500만 명 돌파에 놀라는 업계 관계자의 예상과는 반대로 관객의 애정은 전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단기 이벤트라 생각했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화를 관람하는 ‘싱얼롱(singalong) 관람’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 관객은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극장에서 기차놀이를 하며 마치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장에 와 있는 것처럼 하나가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 7주차에 한국이 퀸의 본거지인 영국을 제치고 북미 시장을 제외한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조용필의 음악 영화를 영국 사람들이 한국인보다 많이 본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세 번째 반전은 “이러다 1000만 명 가는 것 아니냐”고 했던 관계자들의 농담이 현실이 된 지금이다. 한국보다 조금 늦게 개봉한 일본의 열기 역시 만만치 않다. 새해가 되자 일본이 한국의 흥행 성적을 추월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보헤미안 랩소디’에 빠진 한국과 일본에 관한 기사를 다룰 정도인 것을 보면 그들도 아시아의 ‘퀸 열풍’이 흥미로운 것 같다.

사실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자체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은 썩 좋지 않았다. 극적인 스토리 구성을 위해 실제와 다르게 그려낸 것이 많아 일부 혹평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 세계 관객들은 이 작품을 마음껏 사랑했다.

“우린 모두 아웃사이더고, 세상의 모든 아웃사이더를 위해 노래하죠.” 퀸의 노래가 마음 쉴 곳 없는 사람들을 위로하길 바랐던 프레디 머큐리의 희망대로 퀸은 곁에 없지만 퀸의 노래가 다시 스크린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영화와 음악의 놀라운 시너지를 ‘보헤미안 랩소디’가, 그리고 퀸이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