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지칭하는 牛(우)와 쟁기질 행위나 흔적을 가리켰다고 보는 勿(물)이라는 글자 요소의 합성이 物(물)이다. 나중에 이 글자는 ‘소’라는 동물에 뜻이 더 모아진 듯하다. 특히 털 빛깔이 여러 색으로 이뤄진 소였던 모양이다.

이로써 다시 얻은 새김 하나는 ‘다양한 색이 섞인 비단’이다. 아울러 그런 비단이나 천 등으로 만든 깃발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흐름이 모여 ‘세상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를 얻었다고 보인다.

물품(物品), 물건(物件), 물체(物體) 등의 지칭과 이들의 운동과 특성을 연구하는 물리(物理), 값을 가리키는 물가(物價)라는 조어가 그래서 나왔다. 광물(鑛物), 동물(動物), 식물(植物) 등의 조합도 그렇다.

한국에서도 자주 쓰이는 단어가 물의(物議)다. ‘여럿’ ‘다양함’이라는 物(물)의 원래 뜻을 생각해 보면 이 단어의 의미는 자명해진다.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벌이는 논의라는 뜻이다. 그러나 더 직접적으로 풀면 ‘대중의 쑥덕거림’이다. 여러 사람의 마음은 물의(物意), 여러 사람의 평판은 물론(物論), 여러 사람의 구설(口舌) 등을 물청(物聽)이라고 적는 게 비슷한 용례들이다. 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단어가 물의(物議)인데, 누군가의 행위나 생각 등이 여러 사람의 시비(是非)를 일으키면서 빚어지는 말썽이다.

物(물)이라는 글자는 나중에 ‘찾아내다’ ‘살피다’라는 동사의 새김을 얻는다. 물색(物色)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이는 고대 사회에서 제사를 지낼 때 잡는 소와 양 등의 털 색깔을 고르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물토(物土)는 땅 고르기, 물마(物馬)는 좋은 말 찾기다.

사회에 이름을 낸 인물(人物)들이 재물(財物)이나 뇌물(賂物)을 물색(物色)하다 미끄러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럴 때는 뭇사람의 숱한 쑥덕거림, 물의(物議)로 사회가 소란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의 기대를 모으는 일이 물망(物望)이다. 그런 기대에 힘입어 사회에 이름을 냈지만 결국 불러들이는 일이 뭇사람의 꾸중이나 비난 또는 불만이라면 우리는 이런 사람의 자격을 심각하게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