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벤처 '죽음의 계곡' 넘기
필자 주변엔 해마다 이맘때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가 열려서다.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매번 기대가 되는 것은 벤처기업들이 뜨거운 열정으로 만들어낸 결과물들에 많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필자는 데이터 네트웍스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끝으로 평소에 마음먹었던 벤처기업(스타트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벤처기업의 사이클은 회사를 설립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을 회수하고 재투자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 창업과 성장 사이에 건너야 할 ‘죽음의 계곡(Death-Valley)’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영업과 마케팅이 앞장서지 못하면 죽음의 계곡에 빠지기 쉽다.

필자가 첫 번째로 시도한 벤처기업이 무선기술을 기반으로 CCTV를 연구개발해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토브넷(TOVNET)이다. ‘TOV’는 히브리어로 축하와 축원, 행운, 행복을 뜻한다. 토브넷은 ‘행복을 공유하는 회사’라는 의미로 임직원들이 이름을 지었다. 그동안 많은 종류의 유선 CCTV가 소개됐지만 설치가 복잡하고 어려워 소비자들은 시공까지 전담해주는 비싼 CCTV를 구매하거나 고가의 렌털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이런 구매 형태의 불합리한 측면을 혁신하기 위해 소비자 스스로 설치하고 언제든지 이동 설치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식 무선 CCTV를 개발했다.

마침 필자는 1980년대부터 미국 AT&T 벨연구소에서 무선 이동통신을 연구개발했다. 회사 대표와 임직원들도 무선 인터넷과 무선 영상통신 서비스 기술에 종사한 경력이 있다. 이렇게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기반으로 일반 소상공인과 가정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선 CCTV를 출시했고, 이것이 CCTV 대중화의 한걸음이 될 것으로 자부한다.

두 번째 벤처기업이 유아와 유치원생, 초등학생 대상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루츠템(ROOTSTEM)이다. 미국 유학 시절 느낀 것인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중·고교에서 객관식으로 답을 고르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창의력이 요구되는 연구나 실험 분야에서는 미국 학생들에게 많이 뒤졌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매년 10월 하순에 영국 버밍엄에서는 영국 멘사 회원들과 우리 아이들이 멘사커넥션 교구를 이용해 겨루는 MMSO(Mensa Mind Sports Olympiad) 국제대회가 열린다. 우리 아이들은 MMSO 한국대회를 거쳐 영국 국제대회에 참가하는데 대부분 상위에 입상한다. 한국 영재들이 열심히 대회 준비도 하지만 그 우수성을 영국에서 떨칠 때 대견스럽기도 하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