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열릴 2차 미·북 정상회담
국제공조 제재 틀 공고히 해
'핵폐기 없는 보상' 말아야"

조영기 <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국민대 초빙교수 >
[시론] 北核 '나쁜 합의' 악순환 고리 끊어야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정치와 2019년 신년사로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미·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김 위원장의 7~10일 4차 중국 방문 및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김 위원장의 4차 방중은 중국과의 관계개선 모습을 연출해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우군의 존재를 과시함으로써 미·북 정상회담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된 수순으로 읽힌다. 북핵 폐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기보다 대북(對北)제재 완화 여건 다지기란 속셈도 엿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변치 않은 속내를 내비쳤다. 핵심 내용은 ‘자력갱생’과 ‘핵이 있는 상태에서의 민족공조(또는 대화와 협상)’다. 자력갱생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버텨내기 위한 대내전략이라면, 민족공조는 남·남 갈등과 한·미 공조의 균열을 노린 대남통일전략을 위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또 북핵폐기의 길을 거부하고 핵보유의 ‘새로운 길’로 갈 것이라는 으름장은 대미 협상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북한은 자력갱생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17년 이후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주효해 북한 경제가 한계적 위기국면에 봉착해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년 대비 수출은 90%, 수입은 40% 줄었고, 외국인직접투자 역시 32% 감소한 것이 한계적 상황의 징후들이다. 이는 무역수지 악화와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져 김 위원장의 비자금 사정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민생문제 해결’도 실질이 없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어 민심 악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민족공조’에 방점을 두고 대북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한국 스스로 대북제재에 구조적 허점을 만들어 북핵폐기 가능성을 더 낮춘다는 게 큰 부담이다. 반면 국제사회는 민족공조와는 다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순방길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를 확인했다. 민족공조 의지를 밀어붙일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미국은 지난달 31일 ‘아시아 안심법안’(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을 제정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 유엔 결의안 위반 및 불법행위를 중단할 때까지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완전한 북핵폐기의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수준(in full force)의 대북제재를 지속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반면 김 위원장은 ‘미래 핵’에 대해 포기의사를 밝혔으니 제재를 완화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카드로 현재 및 과거 핵을 들고 핵보유국 지위를 얻겠다는 속셈이다.

따라서 곧 열릴 것으로 보이는 미·북 2차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북핵폐기와 대북제재 완화’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 질주를 멈춰 세우고 종국적으로 완전한 북핵폐기를 이루려는 협력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의 위기지수를 높였고 핵 질주에 제동장치 역할을 했다. 대북제재가 북핵폐기를 향한 평화적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 위기 30년은 합의와 번복이 반복된 역사였다. 북한은 늘 보상만 챙기고 핵개발 복귀를 되풀이했다. 대북제재 이행을 강제적으로 의무화하기보다 우회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왔기 때문이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과제는 이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국제공조의 대북제재 틀을 더욱 강하게 유지해 ‘나쁜 합의’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관건이다. ‘민족공조’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도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북핵폐기의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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