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꿈이 살아있는 2019 증시를 기대하며
연초 독자 전화를 받았다. 바이오 주식을 갖고 있다는 그는 “주식 투자, 특히 바이오주는 꿈을 먹고 사는데 우리 언론엔 툭하면 기업인 기를 꺾는 얘기만 실린다”며 “한경은 투자자들이 희망을 갖도록 도와주는 기사를 많이 써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중년 독자의 목소리엔 지난해 증시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울분이 묻어났다. 기업과 시장의 잘못된 관행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언론의 의무지만, “가급적 긍정적인 측면도 충실히 다루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전화를 끊었다.

투자한 회사를 칭찬하는 기사만 요구하는 건 독자의 욕심이다. 하지만 ‘요즘 한국 증시에 꿈이 없다’는 푸념은 부인하기 어려웠다. 펀드 시장에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투자금이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국내 주식형펀드는 18개다. 이 가운데 13개가 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였다. 수동적으로 시장을 쫓아간다고 해서 패시브펀드라고 불린다. 반대로 펀드매니저가 주도적으로 종목을 골라 담는 액티브펀드는 5개만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과거 펀드 활황기처럼 스타 매니저가 나타나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내주길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위험도 많이 떠안기 싫으니 시장 평균 수준의 이익이면 충분하다는 ‘소확행’ 바람이 증시에도 퍼진 것인지 모른다. 반면 시장이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펀드 시장이 한두 명의 개별 매니저가 좌지우지하던 단계를 넘어서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얘기다. 이렇든 저렇든 직접투자뿐 아니라 간접투자 시장에서도 ‘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힘을 빼는 건 달라진 시장뿐만은 아니다. 제도적 뒷받침도 아쉬운 점들이 많다. 금융감독당국의 손바닥 뒤집기식 판단으로 지난해 내내 바이오 투자자들 가슴이 타들어간 건 언급하기도 식상할 정도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316조원이 증발했지만 투자자들이 부담한 증권거래세는 역대 최고인 6조원에 육박했다. 2017년 상승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개인은 10조원어치 넘게 순매수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주가는 급락하고 세금만 털리며 ‘쌍코피’를 흘렸다. 글로벌 추세에 맞춰 거래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부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요지부동이다.

올해 투자기상도도 잔뜩 찌푸린 얼굴이다. 그래도 섣불리 ‘꿈’을 포기할 순 없다. 시계가 흐릴수록 투자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인내심을 갖고 투자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통하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의 조언으로 개미들의 성공 투자를 기원한다. “투자는 아웃되지 않기 위해 꼭 방망이를 휘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가장 좋은 사업이다. 당신이 홈플레이트에 서 있다고 가정해보자. 투수가 제너럴모터스를 시속 75㎞로 던진다. 그다음 US스틸을 시속 62㎞로 던진다. 누구도 스트라이크를 외치지 않으므로 잃는 것은 기회뿐 불이익은 없다. 당신은 계속해서 마음에 드는 공이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수비수들이 잠들면 방망이를 휘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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