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어닝 쇼크’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어제 공개했다. 매출액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28.7%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13조3800억원)을 한참 밑돌았다.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실적까지 동반 악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8조원 안팎으로 3분기 대비 5조원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12분기 만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 부문 영업이익 역시 1조5000억원 전후로 3분기보다 약 7000억원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올 1분기 실적은 4분기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글로벌 서버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는 데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반도체 가격의 지속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D램 가격이 1월에만 10%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는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경제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총 수출의 23~24%를 차지한다. 매출액은 상장사 전체의 14~15%, 영업이익은 40%를 넘는다. 지난해 총 법인세의 28%를 혼자서 냈다.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는 우리 경제가 기댈 언덕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언론은 종종 ‘삼성전자 혹은 반도체를 빼면’이라는 가정을 해왔다. 총 수출이나 전체 기업 실적은 크게 나쁘지 않지만 삼성전자와 반도체를 뺀 ‘민낯’은 그와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청와대는 이를 두고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한다”며 불편해했다. 그런데 이제 올 것이 온 것이다.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는 각종 지표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적 돈 퍼붓기를 가능케 했던 세수 호황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경제 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식의 ‘경제 착시’는 이제 끝내야 한다. 대신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업 손발을 묶고 있는 규제부터 풀고 신산업 발굴을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삼성전자만 쳐다볼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