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꾸기로 하고 개편 초안을 내놨다. 노·사 대표 9명씩에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기업 지불능력’과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경제상황’을 결정 지표에 추가한 것도 주목된다.

결정위원회에는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중견·소상공인 대표를 포함시켜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의도로 읽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불거진 ‘최저임금발(發) 불황’에 대응하고 ‘고용시장의 노조 쪽 쏠림현상’도 타개해보려는 시도겠지만, 이것만으로 근본 대책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중(二重)위원회 체제의 새 방식에서도 최저임금 결정의 최대 관건은 ‘정치중립적 인상 공식’ 도출 여부일 것이다. 노조 쪽은 무조건 높게, 사용자 쪽은 일단 낮은 인상률을 제시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전문가그룹까지 어느 한쪽과 ‘제휴·연대’를 해버리는 상황이 되면 구간설정위원회를 운영한들 유명무실화되기 십상이다. 기업 지불능력 역시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에 이르면 극한적 노사대립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결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이유다.

입법공청회와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정치중립적 인상 공식’ 산정을 위한 요건은 법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률 외에도 소비자물가, 근로자소득 증가율 같은 지표도 기준이 될 만하다. ‘정치 배제’ 차원에서 ‘2020년 1만원 달성’ 같은 공약이 되풀이돼서도 안 된다. 노사 양쪽의 속성을 감안할 때, 적어도 임금문제에서의 정치권 개입은 늘 경계의 대상이다.

궁극적으로 최저임금은 시장친화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미국 일본 등의 제도를 참고해 우리도 지역별·업종별·기업규모별로 달리 가야 한다. 생산성과 괴리된 고(高)임금은 유지되기 어렵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른바 ‘1987년 체제’ 이후 1988년(17.6%)부터 1995년(15.1%)까지 한국의 임금이 매년 두 자리씩 오른 결과가 1997년의 경제위기였다. ‘정치적 중립’ 여부가 새로운 최저임금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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