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예전 동양의 정치가 펼쳐졌던 으뜸 장소는 조정(朝廷)이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정부(政府)인 셈이다. 우선 임금이 늘 머물렀던 궁궐(宮闕)의 형식과 관련이 있다. 즉, ‘조정’은 외조내정(外朝內廷)의 준말이다.

공식적이면서 중요한 정치적 행사를 치르는 곳이 외조(外朝)다. 그에 비해 제왕의 비공식적인 업무가 펼쳐지는 곳이 내정(內廷)이다. 개인 잡무와 사생활, 통치를 위해 필요한 내밀한 논의가 여기서 벌어졌다.

조정과 같은 뜻의 단어로는 묘당(廟堂)이 있다. 왕실의 조상을 모시는 태묘(太廟)라는 건축물 안에 있는 넓은 홀이다. 이곳에서 황제를 비롯한 대신들이 정사를 논의했다. 그래서 ‘조정’과 동의어의 열에 올랐다.

묘조(廟朝), 궁묘(宮廟)라고 적을 때도 있다. 궁전의 섬돌을 가리키는 옥계(玉階)라는 말도 같다. 낭각(廊閣)이라는 단어도 있다. 임금이 머무는 곳인 전(殿) 바깥의 건축물이다. 본래는 관료들이 머무는 곳을 가리켰다가 결국 ‘조정’의 뜻을 획득했다.

‘낭각’으로 인해 閣(각)의 쓰임은 풍부해졌다. 우선 내각(內閣)이 있다. 이제는 정부에 몸담고 있는 장관급 공무원 그룹을 지칭하는 말로 발전했다. 그 안에 들어가 일을 보는 관료들이 각료(閣僚)다. 각원(閣員)이라고도 적는다.

그런 내각의 구성원을 뽑아 모양새를 이루는 작업이 조각(組閣)이고, 멤버의 일부를 바꾸는 작업이 개각(改閣)이다. 그런 내각에 몸을 들이는 일이 바로 입각(入閣)이다.

정부 각료는 예전 동양의 개념으로 분류하자면 외조(外朝)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즉 조신(朝臣)이다. 공식적인 행정을 책임진다. 그에 비해 최고 권력자의 측근으로 보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내정(內廷)의 참모, 즉 정신(廷臣)이다.

둘의 영역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권력 핵심에 붙은 내정의 참모 그룹 힘이 더 넘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들의 월권과 발호는 늘 문제로 떠올랐다. 그럴 경우 애써 키웠던 전문직 관료들의 내각(內閣)은 공중에 떠버린 ‘공중누각(空中樓閣)’으로 변한다. 국가의 심대한 손실이다. 늘 안팎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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