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간다. 2018년 정리와 함께 차분한 새해맞이 준비를 해야 할 세밑이지만 한국 사회는 무척이나 어수선하다. ‘저(低)성장, 고(高)실업, 다(多)규제’의 비관론이 넘치는 우리 경제는 예측불허의 불확실성에 더욱 억눌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압박과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한·일 관계 등을 보면 외교 안보 여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역시 2019년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요인이다.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것은 위기적 상황에서 보여주는 정부와 국회 태도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주휴수당까지 산정대상에 끼워넣기로 인한 최근의 혼란에서부터 근무 유연성이 담보 안 된 근로시간 단축, ‘외주’ 자체를 부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기업들 호소와는 반대로 가는 지주회사·상법 개정안 등 규제법규가 쏟아지고 있다. 어디까지가 정부 주도이고, 어디서부터 국회 책임인지 따지기도 힘들 정도의 과잉입법이다. ‘협력이익공유제’를 비롯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일련의 시장 개입 규제행정이 ‘무사 통과’로 질주하는 것을 보면 ‘보수’를 자임하는 야당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등의 조사·수사 행정까지 유난스런 한 해였다.

엊그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절규 같은 규제혁파 호소는 요즘 기업인들 속마음을 최소한으로 대변한 것이었다. “말만 할 뿐 앞장서지 않는 정부”라는 지적은 부임 일성으로 “현장을 챙기겠다”고 다짐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터 새겨야 할 쓴소리였다. “20대 국회가 발의한 1500여 건 기업 관련 법안 중 800개 이상이 규제법안”이라는 박 회장 비판을 보면 정부의 방관과 동조 속에 국회가 규제의 중심지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중되는 정부와 국회의 쌍끌이 규제입법으로 가뜩이나 비관적인 새해 경제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새해에도 여당은 정부의 규제행정을 재촉하고, 과반의 야당들은 방관자처럼 무력해서는 안 된다. 과감한 인식전환이 없으면 경제는 회복불능 지경이 될 것이다.

요즘 북유럽의 사회주의 정파들을 보면 과중한 세금체제에서도 규제혁파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설사 중(重)과세를 유지하더라도 ‘파이’는 키워놓고 하겠다는 게 앞선 좌파, 생각 있는 사회주의 그룹의 생존 전략이다. 박 회장은 우리 경제를 ‘냄비 안의 개구리’에 비유했지만, 나라 밖의 급변하는 상황을 보면 정부와 국회야말로 ‘깊은 우물 안의 개구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