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일본은 재택의료 시대
올 들어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28%를 넘어섰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자 일본 정부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영상진료에 이어 처방약까지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재택의료 시스템을 2020년까지 완비하기로 했다. 원격의료와 관련한 작은 규제까지 다 풀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재택의료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5년부터다. 국가 차원에서 의료비 절감을 위해 입원 대신 집에서 치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그해 집에서 진료를 받은 건수가 100만 건에 육박했다. 2017년 재택의료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가 집에서 진료·간호를 받으면서 의료비 지출이 30% 이상 줄어들었다.

주목할 것은 만성질환 원격 관리다. 예를 들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환자는 몸에 첨단 장치를 삽입하고 병원의 원격 심전도 관리를 받는다. 의사는 이를 관찰하고 위험할 때 신속하게 조치한다. 한 해 7000여 명의 부정맥 환자가 이 장치 시술을 받고 있다. 호흡 곤란을 겪는 환자가 집에서 산소치료를 받는 재택산소요법도 약 20만 명이 활용하고 있다.

잠자다 반복적으로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환자 45만여 명도 집에서 양압기 원격진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원격진료라는 모호한 용어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온라인 진료’라는 말로 바꿨다.

한국에서는 일본과 똑같은 부정맥 차단 장치를 환자 몸에 넣고도 원격 모니터링과 조정 장치는 꺼놓아야 한다. 꽉 막힌 보건의료 규정 때문이다. 의료 안전성과 영리화 논란 때문에 18년째 원격진료의 발이 묶여 있다. 의사가 직접 보지 않고 진료하면 오진이 많아진다는 문제는 ‘초진 대면진료’로 극복할 수 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일본처럼 동네 주치의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재택의료 관련 산업을 키우고 있다. 의료 후진국으로 꼽히던 중국은 2016년부터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등으로 의사 진단을 받는 사람이 1억 명을 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약 200만 명이 스마트폰 원격진료 서비스인 ‘할로닥’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과 의료 기술을 갖추고도 18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오랜 시범사업과 해외 연구를 통해 실효성이 입증된 만큼 우리도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의사들의 주장이 모두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닌가.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건강보험 진료비가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거동이 힘든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아동 등 재택의료 혜택이 당장 필요한 사람도 100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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