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덕분에 겨우 회생한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외치며 ‘골리앗 크레인 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투쟁에 나섰다. 그것도 자구계획 이행이 끝나기도 전이다. 대우조선이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사실상 백지화한 것도 노조 반발과 정치권의 압력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런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대규모 분식회계와 각종 비리로 시끄러웠던 대우조선이 2015년 이후 지원받은 공적자금만 13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년 만에 흑자 전환(7330억원)을 기록한 것도 정부와 채권단이 2조9000억원을 투입한 덕분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이 같은 대주주를 둔 현대상선이 발주한 선박을 잇달아 수주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이런 사실들을 감안하면 대우조선 월급은 여전히 국민 세금에서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조선산업은 지금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의 ‘골든타임’을 살리느냐, 놓치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이런 판국에 노조가 임금 투쟁을 벌인다면 어찌되겠는가.

백보를 양보해 대우조선이 독자 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이익을 냈다고 치자. 그럴 경우라도 국민에게 진 빚이나 다름없는 공적자금부터 갚겠다고 해야 정상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익이 나자마자 노조가 임금을 더 받겠다고 투쟁을 벌인다는 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린 행태다.

공적자금을 무슨 ‘눈먼 돈’쯤으로 여기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데는 정부도 반성할 점이 있다. 미국은 부실기업에 투입한 공적자금에 대해서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확실히 회수하고 발을 뺀다. 이런 원칙이 통하는 나라에서는 대우조선처럼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처지에 임금 투쟁을 벌이는 노조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공적자금을 지원받고도 노조가 불법 파업을 일삼는 한국GM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는 공적자금의 지원과 회수 원칙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