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자동차산업 재도약을 기대한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세밑이다. 자동차부품기업을 경영하는 한 사람으로서 올 한 해 가슴을 졸이며 들어야 했던 말은 ‘‘자동차산업이 위기다’’라는 것이었다. 연초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를 계기로 여러 전문가가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을 앞다퉈 내놨다. 언론도 완성차업체의 실적 부진과 부품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국내 자동차 생산과 수출은 수년째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도 강성노조의 목소리는 크고,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는 쉽지 않았다. 그 결과 대다수 부품업체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이익은 축소되거나 적자로 돌아서는 등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내년 전망마저 암울해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하고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자동차부품업체 경영진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져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연말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먼저 지난주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부품 생태계를 살리겠다며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업체의 경영 안정과 상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완성차업계가 스스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크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18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자동차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당장 시급한 부품업체의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3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 지원과 함께 자동차 내수 확대를 통한 부품기업의 일감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미래차 핵심기술 연구개발(R&D)에 2조원을 투자해 미래차 시대에 대비토록 함으로써 부품산업 생태계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다각적이고도 종합적인 대책을 내놨다.

무엇보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가슴 졸이며 정부 지원책에 목말라하던 부품업체로서는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소식으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또 개별소비세 감면 연장에 더해 환경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노후차 교체를 유도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조금을 대폭 확대해 내수 기반을 다짐으로써 부품업체가 일감을 확보토록 한 점도 가동률 저하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부품업체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장기 대책으로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형화 및 글로벌화를 지원해 자립형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과 선제적인 투자와 수요 창출로 미래차 생태계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된 점도 적절한 대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산업부의 이번 대책은 경영난에 처한 부품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점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로 환영한다. 이번 대책이 이른 시일 내에 계획대로 집행돼 자동차산업 현장에서 긍정적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 한 해 자동차산업 위기 사태와 이를 극복할 방안을 놓고 많은 전문가와 이해당사자가 갑론을박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완성차업계가 대안을 내놨고 정부의 지원정책도 나왔다. 우리 자동차부품업계도 2~3차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강화, 국내 투자 확대, 협력적 노사관계 발전 등에 더욱 노력해 한국 자동차산업이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