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공기업이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탈(脫)원전 정책 시행 이전만 해도 연 2조원대 이익을 내던 원전 운영업체 한수원은 올해 1조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1000억~2000억원대 이익을 내던 남동발전 등 5개사도 200억~3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가 80%를 넘던 원전 가동률을 올 들어 60% 선으로 크게 낮춘 데다 LNG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이 우량 공기업들을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탈원전 후유증’은 발전 공기업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끝나는 2023년에는 국내에서 신규 일감이 완전히 사라진다. 원전 설비 제작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1%, 86% 급감했다. 90여 개에 달하는 원전 핵심 부품업체들은 40% 정도 인력을 줄였고, 고급 연구인력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

정부는 “수출을 확대해 원자력산업 활력을 되살리겠다”고 했지만, 해외 원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12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사업은 정치·군사적 이유로 미국에 기울고 있다. 한국형 원전을 받아들인 UAE는 운영 업무 일부를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넘겼다. 지난 8월에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 ‘탈원전’을 외치는 나라에 누가 50~60년 유지·보수가 필요한 원전 건설을 맡기려 하겠냐던 불안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원전 비중을 줄이고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 비중을 높여나가겠다는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현실에 기반하는 게 마땅하다.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면서까지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턱없이 낮은 발전효율과 자연 훼손 논란에 더해 외국 기업 좋은 일 시켜줄 뿐이라는 소리를 듣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밀어붙이는 것을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졸속’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는 에너지전환정책을 더 늦기 전에 다시 짜야 할 것이다.